매일신문

쓰러진 시온글러브, 장애인 生計 막막

지난 1월 화재로 장애인 근로자 9명의 사상자를 냈던 칠곡의 장갑 제조업체 시온글러브가 가중되는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결국 지난달 3일 최종 부도 처리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참으로 안타깝고도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시온글러브는 규모는 크지 않아도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안겨 주었던 업체다. 지난 2000년부터는 직원의 65%가량을 장애인들로 채용, 장애인 우수 고용업체로 노동부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화재 사건 이후 문 닫을 위기에 처했을 때 한동안은 여기저기서 "시온글러브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장애인들과 공단 등을 중심으로 돕기 운동도 벌어졌지만 역부족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시온글러브는 회사 대표가 잠적했고, 60여 명의 장애인 근로자 등 직원 100여 명의 임금이 석 달째 체불돼 있다. 이들의 생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고용촉진법'이라는 그럴듯한 장치가 있다.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도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은 국민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음을 이번 시온글러브의 최종 부도에서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대기업과 정부 산하 기관 등이 앞장서 장애인 고용을 꺼리는 현실에서 장애인들에게 일터를 마련해 주고 삶의 의지를 다지게 해 주었던 모범업체가 쓰러진 데 대해 우리 모두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재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대구'경북지사가 장애인 직원들의 재취업 알선과 실업급여 수급 등에 나서고 있다. 피해 최소화 노력과 더불어 지역 업체들의 적극적인 장애인 고용, 각계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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