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 김은종 지음/푸른역사 펴냄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는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그 사람의 참됨을 찾아가듯 역사 또한 꾸준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사실을 찾아가는 것은 아닐까?

'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 서양사에 관한 12가지 편견과 사실'의 저자 김은종은 "교양인들이 '다른'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책을 썼다. 그 출발은 바로 현재 한국 사회에 짙게 깔려 있는 '민족주의'의 그림자다. 저자는 이를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본다. 저자에게 민족주의는 "실체가 불분명한 개념"으로 "같은 민족끼리 나라를 이루어 살자는 배타적이며 폐쇄적인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 나치의 유대인 학살 또한 민족주의라는 기조 아래 자행된 것으로 그 위험성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민족주의'를 넘어 '휴머니즘'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

그렇다면 '과거의 서양'에 대해 우리들이 갖고 있는 역사적인 편견과 그 사실은 무엇일까? 이 책은 프랑스·영국·러시아 혁명, 자유·평등·박애, 절대왕정, virtue, 초야권, 중세 등 11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영화 '브레이브 하트'를 보면 '초야권'이라는 것이 나온다. 중세시대 봉건 영주와 성직자가 신부(新婦)와 첫날밤을 가질 권리다. 이를 말한 것은 근대인들로 봉건 영주와 가톨릭교회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사실이 아니라 논쟁의 산물이자 소문의 산물일 뿐이다. 결국 '만들어진 역사'를 우리는 사실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주창했다는 3대 정신 자유·평등·박애도 하나의 신화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가 박애로 알고 있는 프랑스어 fraternite'는 '형제애'를 뜻한다. 이 단어는 인류애라는 의미를 지니고도 있지만, 형제와 적을 가르는 무서운 암호로 사용되기도 한다. 프랑스 혁명에서 자행된 수많은 학살도 이를 바탕으로 적들에 가해진 야만행위였다. '프랑스의 형제애'는 '프랑스인들만을 위한 얘기'에 불과한 것이다.

타자(他者)로서 서양사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 저자는 다시 '대화'를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397쪽, 1만5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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