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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수목장림(樹木葬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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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알리지 말고 다음날 바로 장례를 치르라. 봉분은 동물이 다니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라. 상복은 입지 말고 옷에 상장(喪章)만 달아라.' 지난 2000년 80세를 일기로 타계한 도예가 고(故) 김종희(金鍾禧) 선생이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의 내용이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번거로움을 끼칠까 봐, 무덤이 야생동물 등에게 불편을 줄까 봐 염려하는 마음이 구절구절 스며 있었다.

◇ 지난해 85세로 작고한 김장수(金樟洙) 고려대 명예교수의 장례는 우리 사회에 또 한 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평소 나무 곁에 묻히고 싶다던 고인의 뜻을 기려 고인이 아끼던 50년생 참나무 아래 묻혔다. 봉분도 없는, 무덤 아닌 무덤이 된 참나무에는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명패만 하나 붙여졌다. 한평생 나무와 더불어 살다 간 거목의 유택(幽宅)은 그토록 소박했다.

◇ 시신 화장 후 유골을 나무 아래 묻는 수목장은 이미 스위스'독일'뉴질랜드 등에서는 자연 친화적 장묘 방식으로서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매장 문화로 인해 전 국토의 묘지화가 우려되는 우리 현실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여 수목장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도 날로 커지고 있다.

◇ 수목장은 한 스위스인과 영국인의 우정에서 비롯되었다. 스위스 취리히 인근 마메른에 살고 있는 우엘리 자우터 씨에게 1993년 죽음을 앞둔 영국인 친구가 편지를 보내왔다. "내가 죽으면 자네와 함께할 수 있도록 스위스에 묻어 다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친구의 유언을 이뤄 주기 위해 고민하던 그는 멋진 해결책을 찾아냈다. 친구의 골분을 나무 밑에 뿌리면 친구와 나무가 영원히 함께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는 친구의 골분을 뒷동산 나무 아래 뿌렸다. 이것이 수목장의 시발이었다.

◇ 곧 우리나라에서도 수목장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전 국토의 50%에 이르는 보전산지에서 수목장림을 조성할 수 있게 된다. 산림청은 장묘 문화 개선책의 일환으로 수목장을 적극 장려할 계획을 세우고, 2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산림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미 영천 은해사와 경기도 등은 수목장림 조성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나무와 하나가 되어 나무의 잎이 되고 가지가 되어 겸손히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수목장이 많아질수록 좀 더 맑고 건강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보게 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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