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이수일(63) 전 국정원 2차장이 자살이라는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이 전 차장을 가장 근접거리에서 본 변호인들조차 "자살할 만한 이유가없다" "본인이 책임질 만한 일은 없을텐데..." "이씨가 검찰 조사를 받은 게 여러차례 되는데 자살한 만한 징후는 전혀 못 느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
그렇다면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떤 추정이 가능할까.
우선 이씨가 존망받는 현직 대학총장임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심한 심리적 압박감을 받았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3차례 검찰조사를 받은 뒤 심적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알고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추측을 어느 정도 뒷받침하고 있다.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면서 스스로 처벌을 받게 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국정원 차장으로서 '무덤까지 가져가야 할' 직무상 비밀을 털어놓으면서 동료와 상사, 조직에 대해 심한 자책감을 동시에 느꼈을지 모른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정황상으로 보면 전자보다는 후자 쪽에 다소 무게가 실린다.
검찰 관계자가 "이씨가 과거 국정원 관계자로부터 검찰 조사에서 다 말하면 어떡하느냐는 얘기를 들은 뒤 '손바닥으로 태양을 어떻게 가리겠나. 말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한 점으로 미뤄볼 때 그렇다.
검찰 관계자들은 이씨를 조사하기 전에 이미 과장.국장 등 중간간부들에 대한조사를 통해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에 강압행위를 할 필요도 이유도 없으며크게 문제되는 진술을 한 적도 없기 때문에 "불입건할 계획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런 발언들은 이씨가 사법처리 등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을 시사하는대목이다.
검찰은 이씨가 신건 국정원장 재직 당시 국내담당 차장을 맡았다는 점 등 때문에 이씨에 대해 신씨의 도청활동 연루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신씨에 대한 부분을 증언하면서 인간적으로 큰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추측할 수 있다.
특히 이씨가 마지막 조사를 받은 지 4일이 지난 15일 신씨가 구속수감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심적 부담을 심하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고시(10회) 출신으로 경찰에 투신, 전북지방경찰청장과 경찰대학장까지 역임하고 국정원 차장을 거친 현직 대학 총장으로서 3차례나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것에 대한 수치심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A씨는 "공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의 자살은 일반인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며 "자기 내부의 믿음이 깨졌다던지 자신이 받아들일 수 없는 심한자존심의 손상, 자기 뜻대로 안된다는 좌절에 바탕을 두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모 대학 심리학과 B교수는 "인생의 실패를 모르고 탄탄대로를 달려온 배경을 가진 사람에게 순간 좌절감이 몰려왔을 때 견디기 어려웠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 C씨는 "열린공간에서 죽음은 충동이 작용했겠지만 심리적으로 궁지에 몰린 사람에게는 '모든 책임을 지고 떠나간다'는 등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일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향후 검찰 수사가 국정원 도청 문건의 유출 과정에 초점이맞춰지면서 이씨가 연루 혐의에 대한 노출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씨와 가까운 한 인사는 "2002년 대선 당시 국정원의 한나라당 도청과 관련해이 전차장이 최근 검찰에서 한 진술이 다른 사람의 진술과 일치하지 않아 사법처리될 위기에 처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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