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겨울 찬바람에 매출 신바람 나요"

내복업체 '진진물산'

고유가가 지속되고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내복을 입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과 중국산의 등장으로 고전을 겪었던 지역 내복업계가 모처럼 웃음을 되찾았다. 끊임없는 제품개발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면서 지역 내복업계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 내복업체 대표를 만났다.

◇대기업·중국산 덤벼라

대구 서구 내당동에 위치한 메리야스업체 진진물산. 내복생산에 몰두하고 있는 이곳 직원 20여명은 요즘 신바람이 났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내복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주문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진진물산 김진출(50) 사장은 "지난해보다 매출이 20%나 증가했다"며 "고유가로 난방비를 아끼려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능성 내의, 아동용 내의 등을 생산하고 있는 이 업체의 효자상품은 아동용 내복. 실내·실외 겸용인 데다 알록달록한 캐릭터가 디자인돼 있어 아이들로부터 인기가 좋다. 특히 야광용 염료를 사용, 밤에도 반짝반짝 빛나는 아이디어 상품이다. 남성용 스판타이즈는 재고가 없을 정도로 잘 팔린다. 골프·헬스용으로 따뜻하면서도 재질이 얇아 보온성이 뛰어나다. 학생용 타이즈도 요즘 잘 나가는 상품.

진진물산이 주로 납품하는 곳은 재래시장이다. 현재 진진물산에서 생산된 내복 60%는 서울로 공급된다. 지난해부터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판매를 시작했다.

중국산과 국내 대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진진물산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고품질과 끊임없는 디자인 개발을 추구했기 때문. 하지만 중국산과 가격경쟁을 벌이다 보니 마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요즘 중국산이 인건비 상승으로 가격이 조금 올라 경쟁력이 생겼습니다. 또 대기업 제품은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 품질에서도 자신있습니다."

특히 진진물산은 자체 브랜드 '미소벨'로 시장을 공략하면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매년 6월쯤이면 그해 겨울 내복 개발에 들어간다. 김 사장은 항상 내복, 속옷 등을 가방에 넣고 다니다 보니 사람들로부터 '의심'을 사는 일도 많다고 말했다. 영세한 업체 사정상 디자인 개발은 주로 전문 업체에 맡기고 있다.

김 사장은 또 내복 홍보를 위해 동네 노인들에게 내복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국내 내복의 우수성도 알리고 노인들도 돕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일손 부족은 메리야스업계의 가장 큰 고충이다. 3D 업종이다 보니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일하고 있는 인력은 대부분 50, 60대들이다. "메리야스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숙련공을 길러야 하는데 일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앞으로 큰일입니다."

◇지역 메리야스업계 부활 자신

70, 80년대 대구섬유의 자존심을 대변했던 지역 메리야스산업은 대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경쟁력을 잃었다. 게다가 값싼 중국산의 등장으로 고전을 겪고 있다.

대구 메리야스업계는 한창 때 300여 개 업체가 30여 년간 전국을 제패해왔지만 현재는 150여 개로 절반 정도 줄어든 상태. 이 중에서 자체 브랜드로 내복을 생산하는 업체는 50%에 불과하며, 대부분이 하청을 하는 영세한 업체들이다.

김진출 사장은 "고품질과 디자인 개발에 투자하면 지역 메리야스업계도 재기할 수 있다"며 "지역 업체가 생산한 따뜻한 내복을 구입하면 연료비도 절약하고 지역 메리야스업계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 내복생산업체인 진진물산의 김진출 사장(오른쪽)이 직원들과 함께 생산된 내복을 포장하고 있다. 업체 직원들은 요즘 내복이 잘 팔려 신바람이 난다고 말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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