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다. 신춘문예로 등단을 꿈꾸는 예비작가들의 문학열기에는 겨울 칼바람도 무색하다. 2006년도 매일신문 신춘문예 마감(13일)이 여드레 남았다. 올해는 수필 부문이 신설되고 당선작 고료도 대폭 인상돼 응모 원고가 여느 해보다 많을 듯하다.
문학담당 기자의 책상에는 벌써 응모작이 수북이 쌓였고 문의전화도 쉼없이 걸려온다. 신춘문예 응모를 위해 막바지 열정을 불태우고 있을 작가 지망생들을 위해 심사위원을 맡았던 중견 문인들과 지난해 당선된 신인 작가들이 전하는 메시지를 엮어본다. 선배 문인들의 문학담론이 탈고하기 전 응모작 끝마무리에 유용한 조언이 되었으면 한다.
□ 중견문인들이 들려주는 응모요령
먼저 당부해야 할 말은 '중복 투고의 금지'이다. 같은 응모작 원고를 다른 신춘문예에 중복 투고하거나 다른 문인의 작품을 표절할 경우 무효로 처리된다. 이미 등단한 기성 문인의 동일 장르 응모도 안 된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이 다른 신춘문예나 문예지의 당선작이거나 등단작으로 밝혀져 당선에서 제외된 경우도 있고, 남의 작품을 표절한 것이 나중에 드러나 당선이 취소되고 문단에서 배척을 당한 사례도 있다.
그리고 마감을 앞두고 꼭 확인해야 할 사항이 오·탈자와 맞춤법 및 띄어쓰기의 점검이다. 좋은 작품이라도 옥에 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분량이 많은 원고의 경우 앞뒤로 뒤섞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알아보기 어려운 글씨나 어수선한 원고처리도 감점의 요인이다. 이제는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로 깨끗이 작성한 A4 용지 원고가 읽기에 더 편한 시대가 되었다. 글자 크기도 11, 12호 정도가 알맞다. 단 원고지로 환산을 해서 분량을 맞춰야 한다.
우편물이 폭증하는 연말이다. 마감일 마감시간(오후 6시)을 놓치지 않도록 여유있게 접수하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글쓰기에 있어서 신춘문예 심사위원인 작가 김원우(계명대 교수) 씨가 해마다 강조하는 말이 시대적 화두를 담은 참신한 작가정신과 사회의 부조리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역동적인 작가의 메시지가 아쉽다는 것이다.
소설가 엄창석 씨는 "첫 대목에 대한 부담감이 자칫 경직된 표현이나 과도한 비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기성 문인의 작품을 모방하기보다는 신선한 시각과 젊은 감각의 문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 글에서 자주 나타나는 불필요한 행간 띄우기도 눈에 거슬린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심사위원을 맡았던 정호승 시인은 "먼저 시의 완성도가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익숙한 표현이 아닌 자기만의 목소리를 담아달라"고 주문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안도현 시인의 "신춘문예는 하나의 통과의례일 뿐 최종 목적지는 아니다"라는 말도 새겨둘 만 하다.
특히 올해 신설된 수필 부문에 대해 문학평론가 신재기(경일대 교수) 씨는 수필은 결코 자기 체험담이나 수기 또는 신변잡기가 아니라며 문학적인 형상화를 강조했다. 정혜옥 대구수필가협회장도 "작문과 수필은 다르다"며 "시와 소설을 쓰기에 상응하는 문학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가족이나 자연 또는 일상사에서 무난한 소재를 찾아 서정성이 강한 수필 쓰기에만 치우칠게 아니라, 사회성이나 주제에 무게가 있는 실험적인 글도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어느 시인이 말했다. '신춘문예가 있어서 이 겨울 문학을 꿈의 한가운데에 세운다.' 이번에도 문단에 새 바람을 몰고올 참신한 작품을 기대한다.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지난해 당선자의 메시지
단편소설 '마네킨 24호'란 작품으로 지난해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조영아(39) 씨는 "응모 직전까지 최선을 다해 점검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며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는 작품 자체를 커다랗게 수정하기보다는 부분적으로 첨삭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집시가 된 신밧드'로 시 부문에 당선된 서영식(32) 씨는 "시적 사유와 진술의 힘을 기르기 위해 필사를 많이 했다"며 "700여 편에 이르는 필사가 명징한 주제를 두고도 휘청거리던 시에 척추를 세워줬다"고 시공부 방법을 들려줬다.
시조 당선자 이경임(39) 씨는 "당선 여부를 의식하기보다는 차곡차곡 숙제를 한다는 심정으로 시조를 썼다"며 "내 안에서 울리는 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으려 애쓰며 내 색깔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동시 당선자 이상윤(51) 씨는 "동시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표현과 시어의 선택, 그리고 새로운 소재와 독창적인 기법으로 생활 속의 동심을 시로 담아내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퇴고를 반복했다"고 전한다.
동화 당선자 조현열(45) 씨는 "나의 절실한 문제를 남과 공유하고 싶었고 그 보편타당한 이야기가 나름대로 해결점을 얻었다"며 "신춘문예 당선 여부를 떠나 글을 완성함으로써 구원을 얻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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