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화이부동(和而不同)

인도 사람들은 남을 돕는 일 못잖게 남에게 도울 기회를 주는 일을 가치 있게 여긴다. 그래서 구걸을 하면서도 당당하다. 다음 세상에서 복을 받을 일, 즉 보시의 기회를 주었으니 나에게 고맙게 여기라고 한다. 당장의 하루살이를 위한 구걸은 나를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남을 위한 일로 생각한다. 스님의 탁발도 마찬가지다. 하루 먹을 양식을 모아 두지 않음으로써 욕심을 없애는 동시에 중생들에게 보시 기회를 준다.

◇ 가난한 사람들은 돈 걱정을 최대 고민으로 꼽는다. 노인들도 노후 대책을 가장 걱정한다. 돈만 해결되면 만사형통이라 한다. 그러나 돈 걱정에 시달려 보지 않은 사람들은 돈 걱정만큼 쉬운 고민도 없다는 이가 적잖다. 돈 걱정이야 풀어 나갈 방법도 있지만 해결할 수 없는 고민과 걱정거리가 숱하다고 한다. 잘 살든 못 살든 걱정 없는 사람은 없지만 걱정을 바라보는 눈높이는 저마다 다르다. 살아가는 방식과 모습이 같지 않은 탓이며, 제각각의 기준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 최근 중국 현지에 나가 사는 한국인들이 이유 없는 폭행에 시달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중국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때리는 이 중에는 한족도 있지만 조선족의 폭행도 적잖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에게 불만을 가진 조선족이 적지 않다는 증거다. 조선족의 한국에 대한 나쁜 감정은 멸시와 착취 외에도 중국과 한국의 풍토와 관습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조선족의 삶을 이해하고 감싸주지 못한 한국 사람들이 이번에는 중국에서 그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다.

◇ 스크루지 이야기는 겨울의 단골 메뉴다. 구두쇠 스크루지가 유령의 안내로 과거와 오늘 미래를 돌아보며 새로운 인생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나만 생각하고 돈만 움켜쥐고 살기보단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생각하며 살겠다고 다짐한다. 남을 돕고 남과 같이 사는 일이 결국 나를 기쁘게 하고 내 삶을 위한 것이라는 교훈을 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선 사업의 출발은 결국 나를 지키는 일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겨울은 춥다. 사람들은 곤궁할 때 춥다고 한다. 그래서 춥다는 말은 배고프다는 말과 함께 쓰인다. 눈 내리는 모습도 제각각 다르게 다가온다. 즐거운 탄성을 올리는 이도 있지만 짜증나는 이도 있다. 같지 않되 이해하고 어울릴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넉넉한 여유가 필요한 계절이 겨울이 아닐까.

서영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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