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것은 싫다!'
요즘 대학생들은 밥을 먹거나 술을 마셔도 좀더 새롭고 특별한 분위기를 원한다.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그네들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인기 장소를 찾았다.
# 낙서하며 골라 마시는 술
대구 동성로에 자리한 술집 '맥주창고'(053-427-3174). 서부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나무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어두운 조명 아래 음악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탁자 가운데에 얼음을 채운 공간이 있고 그 속에 놓여진 맥주병이 이색적이다. 하지만 정작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벽면 가득히 적혀있는 낙서들이다.
"대부분 대학생 손님들이 낙서한 것들인데 추억을 남겨 놓을 수 있어서 그런지 낙서를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개업 후 6년 동안 낙서를 한 번도 지운 적이 없다는 주인 박시웅(49)씨는 낙서를 더 이상 할 자리가 없어 낙서 위에 화이트로 다시 적는 학생들도 있을 정도라고 한다. 테이블 위에 가득 붙어있는 메모지도 낙서할 자리가 없어 마련한 것.
"어떤 연인은 서로 싸웠다가 이곳에 낙서해 놓은 것을 보고 다시 화해한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낙서들이 사랑을 표현한 메모들이다. 사랑에 대해 솔직하고 개방적인 젊은이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아직 쓰러지지 않는다', 'OO은 정말 싫다' 등 혼잣말도 보인다. 낙서 밑에는 인터넷 상에서 사용하는 답글(댓글)도 달려져 꼬리를 문다.
"낙서는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익명으로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희열을 느끼게 돼요." "친구나 연인과 재미있는 추억거리를 만드는 하나의 방법으로 낙서를 즐깁니다." 이곳에 자주 들르는 대학생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술을 마셔도 스스로 골라 먹는 재미가 남다르잖아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것을 좋아하는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충분해 보였다.
# 헌혈증도 기부하고 밥도 공짜로 먹고
영남대 앞에 있는 수많은 술집과 음식점 중에서도 단연 인기 있는 곳은 음식점 '잔디'(053-818-1323). 돈 대신 헌혈증을 주면 최고 5천원 상당의 식사 한 끼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학생들에게는 좋은 일도 하고 식사도 저렴하게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모아진 헌혈증들은 심장병 어린이 돕기에 쓰여진다.
학생들이 자주 찾는 이유는 인심 좋은 서비스도 한몫 한다. 무료로 제공되는 탄산음료 서비스와 어떤 식사든 주문하면 작은 그릇에 우동이나 소면이 무한으로 제공된다는 점에서 식사량이 많은 학생들에겐 딱 좋은 서비스다. 무료로 나오고 무한으로 제공된다고 해서 품질이 떨어지지도 않는다.
"다른 식당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을 양껏 배불리 먹을 수 있고 디저트도 나오지요. 거기다가 헌혈증으로 좋은 일 하고 밥도 먹을 수 있어 기분 좋아요."
학생들은 학교 앞에 있는 다른 음식점들과 차별되는 점을 매력으로 꼽았다.
가장 인기있는 메뉴는 칠리 치즈롤 돈까스와 생선초밥, 김치알밥, 캘리포니아 롤 등이다.
# 클래식 음악과 책으로 가득한 레스토랑
경북대 북문 원룸촌 부근에선 의외의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잔잔히 흐르는 클래식 음악과 단아한 책장에 빼곡이 꽂혀있는 수많은 음반·책 사이로 수줍은 듯 놓여있는 기타도 보인다. 이름난 문화의 거리 산책이라도 나선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 바로 스파게티 전문점 '산책'(053-959-1626)이다.
주인 권중혁(40)씨가 문을 열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클래식·문학 등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생들이 이런 문화를 너무 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고.
"서점이나 문화 시설은 찾아 볼 수 없고 흥청망청 놀고 마시는 가게가 대부분인 대학가를 밝은 분위기로 이끌고 싶었습니다."
가게 안에 가득 진열돼 있는 음반과 책들은 그가 수년간 수집한 것들이다.
구석진 위치, 클래식 음악과 책…. 손님이 많이 찾지 않을 것 같은 느낌도 들지만 경북대 학생들이 첫 번째로 손꼽을 정도로 꽤 유명한 집이다. 대학생 성혜원(22)씨는 "학교 주변에 있는 레스토랑들은 대중음악을 크게 트는 곳이 많아서 조용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며 "조용하고 색다른 기분으로 식사할 수 있어서 학생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학생들의 성향과 문화적 굶주림이 그들을 이곳으로 이끌고 있는 것. 또한 취업난으로 심신마저 지친 대학생들이 정서적 안정을 찾으려고 평일에 많이 찾다 보니 주말에는 문을 닫는 점도 특이하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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