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가삼간' 태우는 敎育 위기 안 돼

강행 처리된 개정 사학법에 대해 사학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비토(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학들의 '마지막' 기대를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회의장이 직권 상정한 지 불과 15분 만에 졸속 처리된 그날(9일) 이후 전국 사학들은 경고했던 대로 헌법 소원과 함께 신입생 배정 거부, 학교 폐쇄 움직임까지 감추지 않고 있어 근대 교육 도입 이후 최고의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교육부가 뒷짐만 지고 있었다는 사실은 유감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우리당이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사학들은 청원서 등을 통해 수차례 법안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교육부 역시 고문 변호사 4명에게 법률 자문을 한 결과 '개방형 이사제'와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취임 금지'에 대해 각각 3명씩 위헌 가능성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무시해 버렸다.

위헌 시비를 초래할 수 있다는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눈감아 버린 김진표 교육부 장관의 속셈은 무엇일까. 교육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정치적 입지를 앞세운 게 아닌가. 상급 학교를 배정받지 못하는 신입생이 양산되는 실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사학들을 설득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당장 대구사학연합회는 내년에 정규 신임 교사를 뽑지 않고, 기간제 교사를 쓸 예정이어서 교사 예정자들의 취업난으로 불똥이 튀었다. 사학 비리를 막기 위해 외부 이사가 필요하다며 법 개정을 강행했지만 전국 1천57개 사학 법인 가운데 비리로 임시 이사가 파견돼 있는 곳은 2.6%에 불과하다. 새 사학법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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