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人種폭동, 왜 일어났나?

"되살아난 백호주의 망령" 분석

11일 시드니에서 일어난 백인과 중동계 청년들 간의 폭력사태로 호주는 일단 이미지를 구긴 꼴이 됐다. 호주가 백호주의를 버리고 이민의 문호를 활짝 열어놓기는 했지만 다문화사회로 들어서는 문은 아직도 좁기만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국제사회로부터 따갑게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레바논계 청년들이 1주일 전 해상구조대원들을 폭행한 게 빌미가 됐다고는 하지만 5천여 명이나 되는 군중이 한자리에 모여 인종차별주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가졌다는 사실 자체가 그런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경찰은 이번 폭동에 백인 지상주의자들이 개입됐다는 사실까지 발표했다.

누구라도 백호주의의 망령을 눈앞에 쉽게 그려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 탓인지 호주의 정치권, 지역사회, 종교계 지도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이번 폭력사태를 비난하고 있다. 존 하워드 총리는 집단폭력은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하며 인종이나 겉모습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고, 종교계 인사들도 폭력사태를 비난하면서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 폭력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을 바라보는 시각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하워드 총리는 집단폭력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도 이번 사태에 인종차별주의가 근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우발적인 폭력사태나 갱들 간의 싸움 정도로 보고 있는 셈이다. 야당인 노동당의 킴 비즐리 당수도 호주의 다문화주의는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인종 간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호주의 뿌리 깊은 인종차별주의와 부족한 경찰력, 언론매체의 선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사태를 부추긴 꼴이 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최근 호주 정부가 테러리즘을 근절하기 위해 반 테러법을 강화함으로써 중동계 출신들이 은연중 피해의식에 젖어 있다는 점 등이 빈번한 폭행 사건으로 표출되기도 하고 일원 중의 누군가가 공격을 받으면 즉각 집단 보복에 나서는 등 폭동의 잠재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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