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성 언론인이자 작가'정치인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프랑수아즈 지루(1916~2003). 가난 때문에 의대 진학을 포기하고 14세의 나이로 취업 전선에 나서야 했던 그녀는 프랑스 최초의 시나리오작가이자 영화 조감독, 여성잡지 '엘르'지의 편집장, 일간지 '렉스 프레스' 공동 창간 등 입지전적 여성이었다. 1970년대 지스카르 대통령 시절엔 여성문제 담당 장관'문화부 장관을 지냈으며, 베스트 셀러 작가이기도 했다.
◇프랑수아즈 지루에게도 하늘이 노랗던 시절이 있었다.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는 미혼모가 됐다. 1940년대 프랑스 사회에서 미혼모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낙태를 해달라고 의사에게 매달렸지만 "프랑스의 정치가 이렇게 된 건 당신 같은 부도덕한 여자들의 행실 때문"이라는 비아냥만 들었다. 양잿물 등 온갖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자서전 '나는 행복하다'에서 지루는 자신의 삶이 때로는 가시밭길이었다고 회고했다. 아마 미혼모 시절이 가장 힘겨운 때가 아니었을까.
◇미혼 상태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둔 미혼모와 구별, 자발적으로 아이를 낳은 여성을 비혼모(非婚母)라 한다. 할리우드 스타 조디 포스터가 대표적인 예다. 세계 영화계에서 지성파 배우로 독보적인 위치를 굳힌 포스터는 정자 은행에서 제공받은 정자로 두 아이를 낳아 당당하게 기르고 있다.
◇서구에서는 비혼모가 흔하다. 스웨덴 경우 결혼해 자녀를 둔 가정이 전체 가구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동거 가족이다. 프랑스도 약 53%의 여성이 비혼 상태에서 아이를 낳는다. 고학력층, 경제력을 갖춘 여성에게서 비혼모 성향이 높고, 선진화된 사회일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미혼모다. 국내 미혼모 출산은 연간 약 1만2천여 건, 이들 아동의 70% 이상은 해외 입양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미혼모에게 교육비와 생계비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증가 추세의 미혼모들에게 학업 및 직장생활을 계속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혼모 방지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지다. 음지의 미혼모에게 새로운 용기와 자활 동기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다. 다만 미혼모 양산의 부작용을 낳을 우려도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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