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좋고 물 좋고 경치 좋고…. 이 곳에 있으면 꼭 천당같이 느껴집니다."
대구에서 청도 팔조령으로 가는 길목. 묵집들로 유명한 달성군 가창면 옥분리에 사는 이진구(75) 씨 부부는 대명동에서 이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 7년째다. 2남2녀를 출가시키고 노부부가 사는 집. 평일에는 조용하지만 주말이나 방학 때면 20여 명씩 가족이 모여 시끌벅적해지는 집이다.
"아주 더운 여름을 도심에서 보내보니 안 되겠다 싶어 경산, 청도 등을 죽 돌아봤는데 교통이 편리한 곳에서 전원을 느낄 수 있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열대야가 심한 한여름에도 이곳에서는 에어컨이 필요 없고 오히려 창문을 닫고 자야할 정도지요."
이씨는 상동에서 운영하는 목재소로 매일 아내 이금순(70) 씨와 함께 출퇴근한다. 집에서 일터까지 12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전원주택을 둘 수 있는 점이 무엇보다 좋다고 한다. 1996년 그린벨트지역으로 개발이 제한돼 있는 320평 논을 사서 이축권을 이용해 1999년 집을 지어 이사 왔다는 것.
"그린벨트여서 집은 30평 이상 지을 수가 없었습니다. 부속건물은 창고 용도로 20평을 허용해주었지요."
건축에 대해 알다보니 목수·철근 등 분야별로 전문가를 불러 직접 집을 지었다는 그는 내부 인테리어 등에 좀더 신경 쓸 수 없었던 점이 아쉽다고 했다. 하지만 노부부가 사는 집이 그리 화려할 필요가 있을까 싶단다.
거실 소파에 앉아 바라보는 산 등 자연경관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설경이 참 아름답습니다. 해맞이하러 멀리 포항까지 갈 필요도 없어요. 아침에 해가 벌겋게 떠오르는 모습이 집에서 보기 좋습니다."
이씨는 요즘 집 주변으로 주택·식당 등이 늘고 있지만 청개구리·꿩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다람쥐가 정원에 나타나는가 하면 주변 논에 노루가 지나가기도 한다고 했다.
"처음 이사 올 때는 주변에 집도 없고 아주 적적했습니다. 무섭기도 해서 CCTV를 달고 큰 대문도 만들었는데 돈만 들었지 아무 필요가 없더군요."
그는 잡상인·도둑이 없어 아예 대문을 안 걸어 잠그고 자도 불안할 게 없다고 했다.
전원주택이지만 이 집에는 텃밭이 하나도 없다. 텃밭으로 쓰던 120평 정도를 모두 정원으로 바꾸어 잔디와 소나무를 심은 것.
"고추를 250주 심고 대추·옥수수·토마토·상추·쑥갓 등 3년 정도 농사를 지었는데 허리도 아프고 힘들어 도저히 못하겠더군요."
이씨는 남이 하니까 다 할 줄 알았는데 아무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원래 농사를 안 지어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 데다가 상추 등은 얼마나 잘 자라는지 이 집 저 집 나누어줘도 남아서 처치 곤란할 정도였다고 한다.
"잔디 관리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잡초를 뿌리까지 안 뽑아내면 잔디가 죽어 일요일에는 잡초를 뽑는 게 일이지요."
이씨는 목재소 일을 하다 보니 매일 정원을 가꿀 시간이 없지만, 어긋난 가지를 잘라내고 소나무를 보기 좋게 가꾸는 일이 좋은 소일거리라고 했다.
"일요일에는 출근하지 않아도 돼 여유 있는 토요일에는 자정까지 노래를 부르며 즐겁게 보내곤 합니다."
이씨는 다른 사람이 없어도 아내와 밤 늦도록 노래를 부르곤 한다고 했다. 아랫채에 만들어 놓은 노래방 시설이 톡톡히 한몫을 하는 것. 그는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전자오르간도 취미 삼아 치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밤에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뒷집에 사는 부부가 맥주를 몇 병 사들고 와서 문을 두드리는 겁니다. 그런데 노래를 얼마나 잘 부르는지 주눅이 들어 노래가 안 되더군요."
환갑 때까지만 일하려고 했는데 평생 하던 일을 그만 두면 몸이 아플 수 있다는 아들의 말도 있고 해서 노년에 소일 삼아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부부. "아직까지 자식에게 의존 안 하고 살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것이 별 게 있겠느냐고 말하지만, 70세가 넘도록 부부가 즐겁게 전원과 도시를 오가며 사는 삶이 마냥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jhchu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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