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겨울방학이다. 이맘때면 신문이나 방송에 감초처럼 등장하는 기사가 있다. '방학 맞아 성형 특수', '성형외과, 예약 밀려 북새통' 등이다. 성형외과뿐만 아니다. 방학이 되면 치아교정, 비만치료, 키 성장, 피부관리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난다. 예전엔 고3 수험생들이 졸업이나 대학 입학 선물로 성형수술을 받는 일이 많았는데, 요즘엔 고2가 적기라고 한다. 졸업앨범에 실릴 사진을 찍기 전에 성형을 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지난 여름방학이 끝난 뒤의 일이다. 대구의 한 여고 교실에서 학생들끼리 즉석 투표가 실시됐다. 두 명의 여학생이 서로 다른 성형외과의원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누가 더 자연스럽고 예쁜지 겨뤄보기 위해서다. 투표 결과, 한 학생이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승리한 학생을 수술한 성형외과에는 무려 8명의 같은 반 학생들이 찾아왔다고 한다.
좀 더 좋은 곳에 취직하고, 좀 더 나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비즈니스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남자들까지 성형수술을 마다하지 않는다.
얼마 전 TV쇼에서 일본의 인기 코미디언 기타노 다케시가 '한국 여배우들이 예쁜 것은 전부 성형수술 덕분'이라고 발언해 국내 네티즌들의 공분을 산 적이 있다. 성형수술을 많이 하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일본은 더 그렇다. 네이션마스터가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의 2002년 자료를 인용해 홈페이지(www.nationmaster.com)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스위스가 인구 1천 명당 성형수술 건수가 2.19로 세계 1위를 차지했고, 사이프러스와 스페인이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선 1위가 홍콩(0.68, 세계 6위), 2위 대만(0.44, 세계 12위), 3위 일본(0.33, 세계 18위)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0.19로 아시아 4위, 세계 27위를 기록했다.
어느 나라가 '성형천국'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트렌드엔 국경의 개념이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에 이 순서는 언제 뒤바뀔지 모른다.
성형수술은 그 자체의 장점이 많다. 기형적인 얼굴이나 흉한 외모로 '얼굴 없이 지내야 하는 사람'에겐 성형수술이 암 수술이나 장기이식 수술만큼 절실하고 소중하다. 또 얼굴의 단점을 수술로써 보완해 자신감을 되찾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정신치료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가벼운 인간관계 속에서 외적 아름다움이 사람을 손쉽게 평가하는 방법이 되어버린 것이 문제이다. 이미 사람들은 외모가 사회적 성공에 한몫을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인류의 끊임없는 소망이었다. 그러나 과거엔 아름다움이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 결부되는 성향을 보였으며, 다양성이 존중되었다. 지금처럼 상업적이거나 획일적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진건이 1921년에 발표한 '술 권하는 사회'는 일제 강점기에 지식인들이 술 주정꾼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한 소설이다. 지금은 '성형 권하는 사회'가 속편으로 등장할 판이다.
김교영(라이프취재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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