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 안겨준 '이웃사랑' 고마워요"

본지 소개됐던 보현씨-성현이

"성현아, 안녕. 요즘은 안 아프니?""안녕하세요. 김성현이에요. 6살이고요."

이보현(21·여·본지 5월 25일자 이웃사랑 보도) 씨가 웃으며 인사를 건네자 성현(본지 8월 17일자 〃 )이는 깍듯이 인사를 한 뒤 수줍은 듯 이내 엄마 뒤에 숨는다.

이들은 본지 '이웃사랑'을 인연으로 만났다.성현이 엄마 남정미(34) 씨는 보현 씨의 건강이 많이 회복됐다는 말을 듣고 '참 잘됐다'며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보현 씨도 아이가 예쁘다며 꼭 안아줬다.

◆보현 씨, 희망을 보다

몸져누운 홀아버지와 동생을 돌보기 위해 중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로 올라가 미용일, 주유소 주유원 등 닥치는 대로 일했던 보현 씨. 지난해 아버지를 잃은 뒤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겨워 하다 올해 4월 염산을 들이켰다.

순간적으로 저지른 일이었지만 후회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식도가 쪼그라들고 위가 망가지는 등 몸은 만신창이가 된 것. 이 소식을 들은 주위 사람들은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이던 네가 그런 일을 저질렀다니 못 믿겠다'는 반응들이었다.

다시 만난 보현 씨는 변해 있었다. 지난 5월엔 초췌한 얼굴에 환자복 차림이었다. 지금은 밝은 색 옷차림에 머리도 갈색으로 물을 들였다.

"친구가 집에 들러 머리를 잘라주고 염색도 해 줬어요. 지난 일은 다 잊어버리고 밝게 살라면서요. 몸무게도 많이 늘었답니다. 처음엔 33㎏밖에 안 나갔는데 이젠 40㎏는 나가요. 꾸준히 치료를 받아 이젠 죽 정도는 먹을 수 있어요. 이렇게나마 먹을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보현 씨가 받은 성금은 모두 2천300여만 원. 수술비와 치료비, 밀린 집세를 내는 데 요긴하게 쓰였다. 앞으로 한 두 차례 더 식도확장 수술을 받아야 하지만 보현 씨는 희망이 보인다고 했다. 얼마 전엔 PC방에서 12시간씩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지만 아직 무리하기에는 이른 몸이라 잠시 쉬고 있는 상태.

"지나가는 학생들을 보면 저도 교복을 입고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신 검정고시를 준비할 생각입니다. 일단은 열심히 돈을 버는 게 우선이겠지요. 그리고 언젠가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꿈을 갖게 해준 분들께 정말 감사드려요."

◆성현아, 이제 일어서라

어머니 손을 붙잡고 나타난 성현이는 파랗게 깎은 머리를 까만 바탕에 꽃이 새겨진 두건으로 가리고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다. 하지만 걷는 모양새나 쉴 새 없이 주위를 둘러보는 성현이를 보노라면 약기운 때문에 힘없이 처져 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엄마의 얼굴에도 그늘이 많이 걷혔다.

성현이가 앓는 병은 신경모세포종. 교감신경에 악성종양이 생기는 증세다. 의료진들도 현재 성현이의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고 한다. 본지에 소개된뒤 받은 두 차례의 항암치료 덕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성원 때문인지 성현이의 몸 곳곳에 웅크리고 있던 악성종양들이 거의 사라진 것.

"의사 선생님 말씀으론 성현이의 가슴, 목, 갈비뼈, 골수에 있던 종양들이 다 사라지고 신장 부근에만 약간 남았대요. 남은 것도 다음 약물치료가 끝나면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웃사랑이 기적을 낳은 것이죠. 원래 보채거나 투정을 부리는 일이 적은 아이였지만 요즘엔 아프다는 소리도 거의 안해요."

성격이 밝은 탓인지 병원에서도 성현이는 인기 만점. 의사, 간호사들도 항상 웃는 낯인 성현이가 귀엽다고 칭찬들이다.

아직 성현이의 치료가 모두 끝난 것은 아니다. 방사선 치료와 골수이식수술이 남아있는 것. 때문에 남씨는 어려운 형편임에도 본지로부터 전달받은 성금 1천400여만 원 중 절반을 아껴뒀다.

"매일신문에 보도된 뒤 너무 큰 도움을 받았어요. 성현이가 얼른 낫는 것만이 정성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성현이도 곧 머리카락이 자라겠지요. 그 때는 예쁜 머리핀을 사줘야겠어요."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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