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인 안전 지키는 수호천사

영천 신녕요양원 가정방문사

지난 28일 오후. 영천 고경면 홍모(80) 할아버지 집을 찾은 신녕노인요양원 관계자들은 방문을 열자마자 심한 악취와 함께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에 그만 말문이 닫혀버렸다.

"치매노인이 주위의 도움 없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찾아간 홍 할아버지 집은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방안에는 언제 빨았는지 모를 이불과 먹던 음식그릇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또 대소변 악취가 진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홍 할아버지는 사람도 알아보지 못한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러나 노인요양원 가정방문사 김순연(56·여) 씨와 김성식(49) 씨는 익숙한 솜씨로 간단한 신원조사를 끝낸 뒤 곧바로 구급차에 태워 병원으로 이송했다. 홍 할아버지는 이들의 도움으로 건강 체크와 목욕을 마친 후 겨울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입원했다.

김순연 씨는 "어르신들이 추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일은 없도록 해야한다"며 "자신을 스스로 돌볼 수 없는 어르신들을 방치한다는 것은 죄악"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영천 신녕노인요양병원 관계자들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혹한을 맞았지만 주위의 무관심으로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불우한 어르신들을 구제하기 위해 잠시도 쉴 틈이 없는 것. 한마디로 '사랑의 구조대'인 셈이다.

홍 할아버지의 처지를 신녕요양원에 알린 고경면 청정리 김헌호 이장은 "친자식이라도 치매노인의 대소변을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치우지는 못할 것"이라며 "병약한 노인들의 수호천사"라고 칭찬했다.

신녕요양원 구승회 이사장은 "영업을 목적으로 한다면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지 않는 편이 훨씬 낫겠지만 최소한 추위에 동사하는 어르신은 없어야겠다는 생각에 이 일을 하고 있다"며 "주위에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들이 계신다면 언제든지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영천·이채수기자 c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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