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인 대 상인' 갈등…'수습' 갈수록 꼬여

주차빌딩을 대체 상가로 활용케 해달라는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의 요구가 벽에 부닥치면서 상인들 간 마찰이 격화되고 있다.

서문시장상가연합회가 4일 시장상인들의 투표결과, 주차빌딩 사용 불허 결정이 났다고 밝히자 화재피해를 당한 2지구 상인들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불복을 선언하는 등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것.

◆임시 점포는 주차빌딩=2지구 상인들은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이사회의 4일 결정에도 불구, 서문 주차빌딩이 유일한 임시 상가 대안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주차빌딩을 대체 상가시설로 확보, 달성공원 복개도로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은 논의할 가치가 없다는 것.

한 2지구 상인은 "매년 서문 체육대회 등 2지구 입구를 막고 각종 행사를 개최해 영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었지만 2지구 상인들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하고 참아 넘겼다"며 "조금씩 양보하고 장사하면 되는데도 서문시장에서 나가라는 것은 우리들 보고 죽으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들은 베네시움이나 달성공원 복개도로, 다른 지구 빈 점포 입주 등 그동안 거론됐던 대안들에 대해서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베네시움의 경우 거리가 멀고 2지구 상가가 한꺼번에 입주하기엔 공간이 좁다는 게 상인들 주장.

또 달성공원 복개도로는 점포업주들을 노점으로 내몬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한 피해 상인은 "도매점은 인맥과 단골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시장 밖으로 나가면 손님들이 찾아오겠냐"며 "절대 시장 밖으로 나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도 양보 못해=주차빌딩의 전용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았던 서문시장 4지구와 동산상가 상인들을 비롯, 이른바 '반대측 상인들'은 "주차빌딩을 내주는 것은 같이 죽자는 이야기"라며 맞서고 있다. 다른 대안이 전혀 없다면 모르겠지만 전체 상가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

1지구 한 상인은 "비록 1지구 전체에는 찬성 의견이 많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라며 "6개월 정도면 모르겠지만 재건축 및 영업 정상화까지 3년 동안 어떻게 주차빌딩을 못 쓰게 하나"라고 반문했다.

상가 4지구 한 상인은 "과거에도 상가화재가 수차례 있었던 터라 피해를 입은 2지구 상인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손해를 줄일 수 있는데도 한가지 대안만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윤종식 상가연합회 회장이 사퇴선언을 해버림으로써 연합회도 사실상 와해, 이제 상인들끼리 갈등 조정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안타까워했다.

◆행정기관은 "대책 없다"=대구시는 이번 사태 수습을 중구청 대책본부에 위임했다는 반응이고 중구청 관계자는 "상인들끼리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행정기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할 만한 법적 권한이 없어 우리도 안타까울 뿐"이라고 했다.

중구청 측은 그러나 주차장을 대체점포로 사용하는 안이 불가판정을 받은 상황이라, 상인들의 영업손실 최소화를 위해 또 다른 대체점포를 구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사진 : 대구 서문시장 2지구 대체상가 문제가 난항을 겪는 가운데 화재로 장사할 곳을 잃은 대구 서문시장 2지구 상인들이 4일 오후 걱정스런 표정으로 점심식사하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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