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번 와 보이소!-서울 구로3동 일식집 '이즈모'

서울 '구로동' 하면 저임금에 노동집약산업이 떠오른다. 1970년대 고향을 떠나 먹고살기 위해 상경한 수많은 농촌 젊은이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구로동은 상전벽해의 변화를 맞이했다.

노동집약적 굴뚝공장들은 땅값이 싼 경기지역으로 이주했고 첨단 IT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우중충한 풍경의 공장 대신 깔끔한 외형의 아파트형 공장들이 들어섰다. 업종이 바뀌면서 입맛도 변했다.과거 싼 음식점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IT업계의 젊은 CEO들을 겨냥한 고급 음식점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경북 영주 출신의 박찬성(51) 사장이 운영하는 전통 일식 음식점 '이즈모'도 가격 차별화로 손님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구로 3동 '가산디지털단지' 내 이엔씨 2차 아파트형공장 1층에 위치한 이즈모에 들어서면 마치 일본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든다. 하루 종일 엔카(일본식 트로트)가 들리고, 고품격 인테리어는 일본을 연상케 한다.

IT업계 CEO들이 손님을 대접할 만한 음식점이 이 지역에 많지 않다는 데 착안해 서울 강남 수준의 음식점을 만들겠다는 욕심으로 시작했다. 300평 규모에 최대 190명까지 수용이 가능하고 종업원만 21명이다. 10여 개의 룸에는 수반을 비치해 운치를 더했고 홀은 은은하고 부드러운 조명과 갈색톤의 벽면으로 아늑함을 느끼게 한다.

코스요리가 주를 이루며 가격은 대부분 10만 원대를 넘는다. 재료는 현지 구매 원칙에 최상품만을 엄선한다고 했다. 참치 부위 요리는 특히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고 묵은지와 회가 함께 나오는 것도 이 집만의 손님끌기 비결이라고 했다. 이런 차별화 전략 덕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저녁 회식 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박 사장에게 이즈모는 첫 식당이 아니다. 8년 전 구로동에 IT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할 즈음, 이즈모 부근에 한우 고기집을 운영했다. 고향 영주에서 직송해 온 한우로 손님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점심시간에는 직장인을 상대로 설렁탕을 팔아 돈을 벌었다. 당시 주변에 식당이 많지 않은 덕분에 손님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고 했다. 당시 단골이 '이즈모'까지 찾아온다고 박 사장은 자랑했다. 부인 이정순(50) 씨는 "많이 팔릴 때는 하루에 500만 원까지도 벌었고 한 달에 1억 원까지도 가능했다"며 즐거운 회상에 빠져들었다. 당시 모은 자금을 발판으로 박 사장은 현재 건설회사까지 운영할 만큼 상당한 재력을 과시한다. 02)6330-2772.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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