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침체에 허덕이고 있는 대구시 남구 이천동 고미술품 거리가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13일 오후 (주)대호미술경매 전시관에서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고미술품 경매전에는 100여 명의 애호가와 업자들이 몰렸다.
14일 오후 제15회 고서경매전이 열린 대구시 중구 봉산동 금요고서경매에도 서지·국어학 관련 교수와 연구원단체, 전문 수집가, 업자 등 전국에서 모인 80여 명이 북적였다. 경매현장은 진지하면서도 열기가 넘쳤다.
◇고미술품 경매전="시작가 40만 원, 41만, 42만 원…. 연대는 좋아 보이는데요. 예, 57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IMF이후 거의 끊겼던 고미술품 경매가 다시 열리자 응찰팻말을 든 참석자들은 1시간 30여 분 동안 열띤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경매에 나온 물품은 163점. 토기·백자 등 자기류, 반다지·화장도구·등잔·소반 등 민속품, 고서화·민화 그림 등 다양한 품목이 선을 보였다. 낙찰가는 5만 원에서 100만 원 사이가 많았고, 일제강점기 때 크레용 1만 원, 금강산 병풍 12폭 1천300만 원이 시작가 최저, 최고를 각각 기록했다. 전직 대통령 관련 각종 메달, 유명 정치인 부채 등 이색적인 물품도 많았다.
주최 측은 경매물품 중 120여 점이 낙찰됐고, 일부 물품은 이를 알아본 수집가들의 레이스가 치열했다며 경매시장의 활성화를 은근히 기대했다. 박순호(65) 대표는 "실물을 만져보고 뚜껑을 열어보면 깊이와 느낌이 달라진다"며 "구매자는 사전에 조언과 정보를 챙겨 경매 때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매는 일반 애호가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저가 물품이 많이 나온 것이 특징. 특히 북한에서 중국을 거쳐 들어온 고려 토기류와 고유민속품들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경매는 매월 둘째 주 금요일에 열리며, 이에 앞서 일주일간 전시기간을 갖는다. 경매 당일 현장에서 무료감정 행사도 가질 예정이다.
◇고서경매전=금요 고서경매전은 전국 유일의 고서경매전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일반인보다 전문 수집가, 문중,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응찰자들은 경매 2시간 전 출품작 검품시간에 하자는 없는지 전문지식을 총동원, 의견을 나눈다.
이날 최고 관심을 받은 작품은 조선 인조 때 이괄의 난을 진압하는 데 공을 세운 신경원의 공적과 상훈을 기록한 공신교서(功臣敎書)와 첫 금속활자본 계미자 다음에 나온 희귀본 경자자(庚子字·세종 2년 1420년)로 간인된 자치통감강목 1책. 시작가도 각각 4천500만 원과 1천200만 원으로 고가를 기록했다.
출품작은 모두 196점으로 고서, 고문서, 간찰, 언해본 등이 망라됐다. 역시 인기 물품은 자료가 되는 고서, 내용이 독특한 고문서, 연대가 오래된 금속활자본, 한글이 많이 나오는 언해본 등이다. 특히 언해본은 한글을 낮게 본 선조들의 영향으로 희소성이 높다. 출품작의 연대는 16세기 이전은 드물었고, 17세기에서 19세기가 주종.
박민철 대표는 "고문헌, 한국학 자료 위주의 고서 전문경매로 관심을 받고 있다"며 "이는 대구가 한적(漢籍)의 중심지임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에는 집집마다 수천 권에서 적게는 수권의 고서가 있을 정도로 고문헌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 경매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에 열리며 출품작은 인테넷에서 검색할 수 있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사진: 경매=지난 14일 오후 금요고서경매에서 열린 제15회 고서경매전에서 고문서'간찰'언해본 등이 응찰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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