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유영창 상하수도국장이 2년 동안의 부처간 교류 근무를 마치고 '친정'인 건설교통부로 돌아가면서 환경부 내부통신망에 올린 작별인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행복한 공무원이 교류 근무를 마치며'라는 제하의 이 이임사는 A4 인쇄용지 3 장 분량으로 유 국장이 그간 환경부에서 경험한 것을 진심어린 '고언'(苦言)의 형태로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글에서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혁신 차원에서 환경부 발전에 도움이되길 바라며 조심스럽게 말씀드린다"면서 환경부에 대한 '7대 장점, 4대 단점'으로요약된 '쓰지만 단' 소리를 내놓았다.
유 국장은 환경부가 간부회의 등 회의시 너무 세밀하게 보고하고 토론함으로써헛된 시간을 소비한다는 문제와 잦은 인사로 인해 전문성이 결여되고 있다는 점을단점으로 지적했다. 또 작은 조직임에도 불구하고 국 단위 간의 장벽이 상존하고 있고 시민단체의영향력 행사에 대해 지나치게 눈치를 본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유 국장은 반면 환경부가 기술·행정 구분없이 능력에 따라 보임하고 장·차관주재 회의에서 중요한 방향을 명확히 결정하며 동질성이 강하다는 장점을 추켜세웠다. 더욱이 성과 위주의 업무 평가, 승진 결정 과정의 투명성, 외부 인사에 대한 따뜻한 배려, 워크숍이나 포럼, 국제회의 등 운영 능숙, 자발적 연구조직 활성화 등환경부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 사는 데 유 국장은 인색하지 않았다.
유 국장은 특히 "한명숙 장관, 곽결호 장관, 이재용 장관, 박선숙 차관님을 보필하면서 특색있는 리더십을 보았고 동료직원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고 소회를털어놨다. 인사 교류근무의 목적과 의의에 대해 유 국장은 한마디로 '역지사지(易地思之)' 라고 표현했다.
"처음에는 생각의 차이가 너무 큰 것에 놀랐지만 환경부가 고군분투하는 모습도함께 보았고 아울러 과거엔 '환경부 =환경단체'라고 생각했었는데 개발과 보전을 양립시키는 참모습을 보게 됐습니다"
유 국장은 어린 시절 서울 용산 고지대에서 살며 꽁꽁 언 수도꼭지에 물 한방울나오지 않아 식수를 500m 이상 물지게로 옮기고 근처 우물에서 빨래하던 모습을 회상하며 수자원국장과 상하수도국장을 맡게 된 걸 새삼 상기하게 됐다.환경부 파견이 결정될 당시 '환경부에서 '유영창'을 찍었다'는 소문을 듣고 망설임도 있었지만 주어진 '운명'이라고 생각했던 것.
결혼 당시까지 매년 살던 동네가 침수 피해로 홍역 치르는 걸 보면서 물 문제를해결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핏 속에 녹아 들었던 것 같다고 유 국장은 말했다. 유 국장은 일본 굴지의 반도체 회사인 교세라 회장을 지낸 뒤 200억엔의 개인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탁발승이 된 이나모리 가즈오(稻盛和夫)가 쓴 '카르마 경영' 에 담긴 문구로 작별인사를 끝맺었다.
"사고 방식을 바꾸면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인생은 마음에 그리는 대로 이뤄진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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