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지방선거전의 막이 사실상 올랐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그간 자리를 맡아 왔던 분들이 떠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됐음을 말하기도 할 터입니다.
대구시장님 그리고 경북지사님. 지난 세월 산적했을 공무로 수고하셨습니다. 조해녕 시장님은 대구지하철 참사로 고통받으시더니 서문시장 화재까지 겹쳐 불과 악연 깊으신 듯하다는 동정론이 있었습니다. 이의근 지사님은 지사 자리에 매우 오래 계셨지요? 강산이 변한다는 10년하고도 몇 년 더 되지 않습니까?
어려운 일을 겪어 오면서도 조 시장님은 대구의 도시 기본 계획을 대폭 바꾸는 작업을 마무리 중이신 것으로 압니다. 제게는 그 일이 어떤 시정 못잖게 중요해 보입니다. 대구의 중장기 발전 비전이 토지 이용 계획이라는 모습으로 그 속에 내재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판단하기로 이번 기본 계획은 전임 문희갑 시장 때 세워졌던 것을 거의 뒤집어 엎고 옛날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이어서 의미가 매우 특별합니다.
문 시장은 1997년 당시 도시 기본 계획 수립 때 대구의 경제 구조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모시킬 구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위천공단'을 만들고 거기에 대기업을 유치해 중소기업 혹은 영세 소기업 중심인 대구의 공업 구조를 대기업 중심으로 전환함으로써 산업 구조의 안정성을 높이려 했습니다. 그와 함께 시가지 공단들을 거기로 옮김으로써 도시의 공간 구조까지 혁신하려 했었습니다.
하지만 '위천공단' 건설은 무산됐습니다. 그런 뒤 조 시장님은 시가지 공단을 현위치에 그냥 두고 도시 구조도 지금처럼 유지하도록 기본계획을 원위치 시키고 계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제 판단이 맞고 뒷날 대구 역사를 제대로 쓰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매우 중요한 서술 대상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이 지사님은 근래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도민들로부터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보도를 본 적 있습니다. 많은 일을 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도립대학, 국학진흥원, 경주문화엑스포를 만드셨지요? 하지만 그런 일들이 인기를 높일 결정적인 자료는 못될 듯도 싶습니다. 다른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요?
제게 기억된 근래의 '사건'으로는 문경 부시장 자리가 한동안 공석으로 비워져 있었던 것입니다. 도청에서 후임자를 발령하려 했다가 현지 공무원 단체에 의해 거부됐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공무원 인사 교류를 활성화할 합의가 진작 이뤄졌으면 좋을 뻔했습니다. 이미 청도 부군수 파동을 겪었고 비슷한 문제가 여러 시'군과의 사이에 발생하고 있지 않습니까.
광역시장님 그리고 도지사님. 그동안 고민스런 일들이 어찌 한둘이었겠습니까. 그 어려움들도 끝나고 이제 두 분은 영광된 퇴임을 준비하실 시간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하나 더 주문 드리면 어떨까요? '실패 보고서'를 만들어 보시라는 것입니다.
뭣이 아쉬웠고 뭣이 잘 안 되더라… 하는 보고서 말입니다. 힘있는 사람들을 다독거리느라고 예산을 떡 갈라 먹이듯 해서는 시도민을 배신하는 일이 되겠더라, 인기가 그리워 쇼만 하고 다녀서는 양심에 걸리겠더라, 돌이켜 보니 장기 발전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더라, 공조직 운용이나 승진 인사는 이러저러한 제도를 도입해 하는 것이 시도민을 위한 길이겠더라….
아픈 데를 스스로 드러내는 일로 생각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진정 한 몸 던지겠노라고 취임하셨더라면 그런 귀중한 경험을 전수하는 게 시도민은 물론 후임자에게도 좋지 않겠습니까. 시도민이 낸 세금을 들여 '이렇게 잘했다'는 공적 보고서를 만든다 한들 무슨 가치가 있겠습니까. 냉혹한 역사의 평가가 그걸 따라 읽어 주기만 하겠습니까. '가차 없는 평가'에 스스로 앞장섬으로써 후인들이 경계 삼도록 한다면, 모리배 수준의 엉터리가 후임자 되겠다고 나서는 것을 막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朴鍾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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