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맛 한번 '동백꽃'…입맛 두번 '봄주꾸미'

한 두 차례 꽃샘추위가 물러나니 바닷바람마저 싱겁다. 매섭던 기운 대신 봄맛이 잔뜩 실린 부드러운 바람은 서해에서부터 불어온다. 봄맛의 주인공은 주꾸미. 지금 서해안은 졸깃졸깃한 주꾸미가 한창이다.

3~4월이면 서천 마량리와 보령 무창포, 군산 해망동, 부안 곰소항 등 서해 곳곳에서 주꾸미축제를 연다. 굳이 축제장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횟집에선 다 주꾸미 요리를 낼 정도로 이쪽에선 유명하다. 이즈음 주꾸미는 산란기를 앞두고 있어서 특유의 졸깃한 맛을 내는 것이 일품.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밥알을 닮은 '주꾸미 쌀밥'도 침샘을 자극한다.

지난 주말, 동백꽃으로 유명한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 포구. '동백꽃 주꾸미 축제' 행사장 인근인 이곳에선 군데군데 주꾸미 잡이를 하는 도구인 소라방 밧줄이 쌓여있다. 한쪽에선 어민들이 1m 간격으로 큰 소라껍데기를 단 밧줄을 정리하고 있다.

주꾸미잡이 준비가 한창인 이곳은 해돋이해짐이 마을로 더 잘 알려졌다. 당진군 왜목마을과 함께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기 때문. 하지만 산 하나를 넘어야 일몰을 볼 수 있는 왜목마을과 달리 앉은 자리에서 등만 돌리면 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것이 마량포구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하지만 사철 일출을 볼 수 있는 왜목마을에 비해 이곳의 바다 일출은 11월 말에서 이듬해 1월까지 한정된다. 이 기간이 지나면 해는 바다에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인근 산에서 솟아올라 감동이 덜하다.

아쉬움은 일몰로 달랠 수밖에 없다. 춘장대나 마량포구, 장포리 등에서도 일몰을 볼 수 있지만 그 중에서 동백정의 일몰을 최고로 친다. 동백정은 서천해양박물관이 있는 나지막한 산 하나를 돌아가서 주꾸미축제장을 지나야한다. 500년된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다. 동백은 지금이 유난히 붉은 꽃을 피우는 시기. 3월부터 5월까지 듬성듬성 제철인양 핀다. 부채살처럼 퍼진 나무 밑으로 들어가면 더 실감난다. 송이째 뚝뚝 떨어진 동백꽃이 쫙 깔려 있고 머리 위론 온통 붉은 꽃터널이다.

누각인 동백정에 오르면 앙증맞다 싶을 정도의 작은 섬인 오력도가 지척에 있다. 이곳에서 보는 오력도 너머 수평선으로 지는 낙조 풍경은 주꾸미와 더불어 축제의 2대 백미다.

동백나무 숲 매표소 입구 주차장엔 주꾸미축제장이 마련되어 있다. 마량 앞바다에서 잡은 주꾸미를 재료로 회, 샤브샤브, 볶음, 구이, 무침 등 다양한 포구의 맛을 선보인다. 축제장 인근의 식당에서는 주꾸미전골도 낸다. 파와 미나리, 양파를 넣고 고추장에 살짝 볶아낸 주꾸미볶음이 맛있다. 전골이든 볶음이든 제 맛을 보려면 살짝 익혀내야 한다. 그래야 질기지않아 주꾸미 특유의 졸깃한 맛을 볼 수 있다.

글.사진 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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