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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심부름도 어엿한 직업"…대학가 성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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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오후 경북 경산시 압량면 영남대 인근 한 원룸. 3, 4명의 청년들이 바쁘게 들락거리고 있었다. 작은 방안에 마련된 한 심부름센터의 전화기는 잇따라 울려댔다.

"OO원룸 205호인데요. 담배 1갑 갖다주세요." 다급한 목소리다. "수수료는 990원입니다. 10분 내로 갖다 드리죠."

집 주소를 챙겨든 배달원이 부리나케 뛰어나갔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도착하자 담배를 받아든 이모(26·영남대 생활과학대) 씨는 "시험 기간이라 밖에 나가기 귀찮아 주문하게 됐다."고 했다.

대학가 주변에서 허드렛일이나 잔심부름을 전문적으로 대행해 주는 이색 심부름센터가 성업중이다. 개인의 뒷조사를 하거나 떼인 돈을 대신 받아 주는 기존의 심부름센터와는 달리 오직 잔심부름만 하는 점이 특징.

허드렛일을 귀찮아 하고 1, 2천 원쯤은 푼돈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의 소비 풍조와 맞아떨어진 결과다.

원룸으로 걸려온 또 한통의 전화. 중간 고사 기간을 맞아 도서관 자리를 잡아달라는 의뢰였다.

"물론 가능합니다. 오전 4시에 도서관을 개방하니까 오전 7시까지 3시간동안 이용하시는 거네요. 시간당 2천 원씩 수수료는 6천 원입니다."

이처럼 심부름센터로 걸려오는 고객 주문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자신의 원룸을 청소해 달라는 것이나 음식·감기약 등을 사달라는 의뢰는 차라리 평범한 편.

이 심부름센터 배달원 김창석(21) 씨는 "대학생들이 많다 보니 숙제를 대신 해주고 이른 오전 시간대 도서관에 자리를 잡는 등 학생 본연의 일까지 떠맡기는 일도 많다."며 "심지어 여성용 생리대를 사달라는 주문도 이어져 남자 배달원들은 난감할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심부름 의뢰는 해가 지면 절정이다. 어두운 밤길을 겁내는 여학생들이 영남대 캠퍼스안에서 부근 원룸촌까지 태워달라는 주문이 빗발치는 것.

1주일에 4, 5번씩 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전모(21) 양은 "먼거리는 아니지만 짐이 많고 원룸촌 인근에 범죄도 끊이질 않아 불안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며 "1천 원정도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데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자정이 넘어도 심부름 의뢰는 끊이질 않는다. 주로 술이 부족하니 더 사달라는 의뢰가 대부분. 술 심부름은 오전 4시까지 이어진다.

이 심부름센터 류민기(20) 대표는 "유흥업소 여성들이나 과음한 사람들이 오전에 물이나 담배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곳의 하루 수입은 평균 10여만 원 쯤. 자신이 사는 원룸에 사무실을 내는 경우가 많아 개업비용은 거의 들지 않는다.

홍보용 전단지 제작, 전화기와 배달용 오토바이 등을 모두 갖춰도 개업 비용은 300만 원 안팎인 탓에 젊은이들의 개업이 잇따르고 있다.

배달원 제성민(21) 씨는 "좁아진 취업문 때문에 생각해 낸 고육지책이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서 계속 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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