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돈버는 기계' 아빠가 집으로 돌아왔다

다양한 가족모임 '확산'

앞만 보고 달려온 시대. 가정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아빠들이 너무 바빠서 그랬고 최근 들어서는 가정 해체가 이 같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그러나 다시'희망의 불빛'이 켜지고 있다. 가정을 보듬고, 가정을 통해 다시 기운을 차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내 가정 뿐만 아니다. 이웃의 가정도 일으키려는 고마운 손길들이 '가정의 달' 5월을 더욱 빛내고 있다.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깨진 이웃의 가정까지 보살피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넘치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아빠가 돌아왔다= 두 아들 모두 정신지체 장애를 안고 있는 박호원(42) 씨. 그는 한 달에 200만 원이 넘는 아이들 양육비를 마련하기 위해 오로지 일에만 매달렸다.

7년 전 슈퍼마켓을 시작하면서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매일 16시간을 일했다. 연중 쉬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아이들의 양육은 모두 아내 차지였다.

그랬던 그가 올초부터 달라졌다. 대구시내 한 복지관이 마련한 '장애자녀를 둔 아빠의 역할 찾기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부터다. 일에 중독돼 돈만 가져다주는 것이 아버지의 역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어머니만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어요. 아버지의 사랑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습니다."

한 때 이혼위기까지 갔던 최인수(50·대구 동구 신암2동) 씨는 "성실하지 못한 삶은 가족에게 영원한 상처를 남긴다."고 말했다. 건설회사 관리직으로 일하는 탓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한 달에 1, 2번에 불과했다. 술에 빠지면서 월급을 모두 날리고 집에는 생활비조차 거의 주지 못했다고 했다.

때문에 아내는 어린 아들을 업고 식당일을 하며 간신히 생계를 이어갔다. 그랬던 최 씨가 지난 해 '아버지 학교'를 거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귀가 시간은 오후 6시로 당겨졌고 집은 최씨와 가족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됐다.

"요즘은 집에 들어갈 때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식구들에게 감동을 줄까?'하는 고민을 합니다. 가족들 사진으로 집안을 꾸미고 제 요리솜씨를 뽐낼 때 가장 행복하죠."

◆가족모임이 뜬다= '아빠 모임' '부자가정 모임' '장애아 아빠 모임' '다문화가정 모임' 등 각종 가족모임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98년 대구에서 가장 먼저 문을 연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가정에서 아버지의 정체성과 잃어버린 권위를 되찾자는 모임. 최근 구미, 안동, 경주, 영주, 김천 등 경북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 학교는 ▷5주간 아내와 자녀에게 편지쓰기 ▷가족의 사랑스런 점 20가지 찾기 ▷1대1 데이트신청 ▷매일 포옹하기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는 프로그램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유지형 '두란노아버지학교' 대구·경북지부장은 "아빠들이 가정에서 잃어버린 권위와 역할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 동구 안심사회복지관은 대구에서 유일한 '부자가정 모임'을 마련하고 있다. 2000년 설립 이후 '자람회' '좋은 아버지 모임' '희망 나누기' 등의 이름으로 160명의 아빠들이 거쳐갔다.

매달 1회씩 모임을 갖고 자녀 칭찬하기와 가족 봉사활동, 가족캠프, 등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대구시 북구 선린사회복지관은 지난 2월부터 장애자녀를 둔 아빠들을 위해 '2006 아빠의 역할 찾기 프로그램 슈퍼 대드(Super Dad)'를 시작했다. 장애자녀를 둔 아빠들이 장애 아동에 대한 각종 정보를 나누고 가족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 특징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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