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혼탁하고 삭막하지만 스승에 대한 추억은 아름답게 마련이다. 그런 추억을 떠올리면 마음이 맑아지고 훈훈해지기도 한다. 학창 시절 스승의 사랑이 녹아든 말 한 마디가 자기 인생을 바꿔놓거나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스승의 도움이 결정적인 전기가 된 경우가 적지 않을 게다. 이같이 스승과 제자의 인연은 세속적인 인간관계를 훨씬 뛰어넘는 '그 무엇'을 오래 남기고 살아 숨쉬는 숭고함과 은혜를 되새기게 한다.
○…1964년에 세종대왕 탄신일인 5월 15일로 정해진 '스승의 날'이 해마다 불거져온 촌지 문제로 심각하게 훼손되는 느낌이다. 한동안 폐지됐다가 1982년 교원 사기 진작책으로 부활돼 오늘에 이르지만, 이젠 되레 부담스러운 날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올해도 대부분의 학교들이 이 날을 휴업하게 됐다.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은 이 날 기념식을 갖기는 하나 대구의 경우도 13개 중'고교만 등교하게 되는 모양이다.
○…이런 왜곡과 훼손의 와중에도 '스승의 날'에 대한 왜곡된 편견을 넘어서는 미담들이 없지는 않다. 어떤 중'고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나서서 어제 한복을 차려 입고 잔칫상 앞에서 스승에게 큰절을 올렸다고 한다. 학교 정문과 교무실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플래카드와 벽보가 등장한 학교들이 있는가 하면, 스승에게 보내는 편지를 종이비행기에 담아 띄우고, 스승이 제자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도 열렸다.
○…또 어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힘을 모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을 돕는 '몰래 장학금'을 10년째 지급해온 사실이 밝혀져 화제다. 칠순이 넘은 노인들이 팔순이 넘은 초등학교 은사를 모시고 감사의 잔치를 벌인다는 소식이 들리고,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선 외국인 특별 명예교사를 초빙해 국제 이해도를 높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벌써부터 이 날을 아예 없애자는 말까지 나오는 형편이나 왜 이 지경인지 참으로 안타깝다. 교육의 백년대계가 제대로 서려면 스승의 권위가 전제돼야 한다. 스승과 제자,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신뢰와 존경'사랑이 연결고리여야 한다. '스승은 스승'이라는 가치관, 교권은 어떤 경우에도 침해돼선 안 된다는 미풍양속이 회복되지 않으면 장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스승의 날'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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