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빈치 코드'가 화두다. 댄 브라운의 동명 소설을 영상에 옮긴 이 영화는 예수의 부활 부정과 결혼, 그리고 그 후손의 존재 등 기독교 정통교리를 뒤흔드는 주장으로 제작 단계부터 논란을 불러 일으켜왔던 작품이다.
18일 개봉을 앞두고 기독교 등 종교계는 상영 저지 및 우려를 나타내며 영화계와 갈등을 키워가고 있다. 영화계와 종교계의 이 같은 마찰은 그러나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둘의 이해관계는 때때로 협력과 충돌을 반복하며 서로의 가치를 키워왔다.
■베일 벗는 '다빈치 코드'
성서모독, 표절. '다빈치 코드'는 영화제작이 발표되기 전부터 논란의 핵심에 있었다. 2003년 제작발표가 있은 후 3년 간 논란은 지속됐다.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40개 언어로 번역돼 4천 만부 이상 팔린 댄 브라운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분노의 역류', '아폴로13', '랜섬'으로 박스오피스를 석권하고 '뷰티플 마인드'(2002)로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을 포함한 4개 부문을 수상한 거장 론 하워드가 감독을 맡았다. 주인공 로버트 랭던과 소피 느부 역에 2년 연속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톰 행크스와 '아멜리에' 오드리 토투가 캐스팅됐다. 영화 제작비로 총 1억 3천만 달러가 투여됐고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런던의 템플 교회, 스코틀랜드의 로슬린 성당 등 세계 최고의 박물관과 유명 성지에서 올 로케로 촬영됐다.
루브르 박물관장 소니에르가 암호를 남기고 살해당한다. 한밤중에 전화를 받고 달려온 종교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경찰에 의해 살인 용의자로 몰리게 되고, 관장의 손녀이자 암호전문가인 소피(오드리 토투)와 함께 소니에르가 목숨을 걸고서 지켜왔던 비밀을 찾아나선다. 그들을 뒤쫓는 경감 브쥐 파슈(장 르노), 사건의 뒤에 숨어 있는 비밀결사단체 '오푸스 데이'. 대서양을 넘나드는 랭던과 소피의 여정은 2천년 동안 예술작품들에 숨겨져 온 무시무시한 비밀, 인류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비밀에 다가서게 된다.
기독교계가 반발하고 나선 것은 영화 속 주인공 랭던 교수가 밝히려는 비밀이 예수의 혈통에 관한 것이기 때문. '다빈치 코드'에서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아이를 뒀으며, 그 혈통이 오늘날까지 전해오는 것으로 그려진다.
■종교영화는 뜨거운 감자?
'신성모독인가 또다른 해석인가'
이번 '다빈치 코드'의 상영을 두고 일어나고 있는 영화와 종교계의 대립 상황은 몇몇 상징적인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성스러운' 방식이 아니라면 종교를 둘러싼 어떤 표현도 논쟁의 대상에서 피할 수 없었다. 최근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들 역시 예수를 '신격화'하는 대신 그에게 인간성을 부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04년 예수가 예루살렘부터 골고다 언덕까지 가는 12시간의 수난을 집중 조명한 멜 깁슨 감독의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는 그 과정에서 예수의 십자가 처형이 당시 유대교 지도자들에 의한 것으로 비춰지면서 미 전역에 반 유대주의 논쟁을 촉발시켰다.
비판의 메스를 들이댄 사람들은 멜 깁슨에 대해 예수의 뜻을 저버린 가롯 유다와 같은 역할을 했다는 혹평을 퍼붓기도 했다. "예수가 과연 무엇을 위해 죽었는지, 고난은 사라지고 고통만 있을 뿐"이라며 영화가 예수의 참모습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계의 시선을 보냈다. 특히 유대교 지도자들은 "유대 당국과 유대인이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기로 결정한 장본인으로 그려졌다."며 영화 제작전부터 영화 대본을 내놓으라고 신경을 곤두 세웠다.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 연출한 '예수의 마지막 유혹'은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아이까지 낳는다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미국에서도 뜨거운 논란을 빚었다. 이번 '다빈치 코드' 사태와 결정적으로 닮은 꼴을 이룬다. '악마의 필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던 이 영화는 1988년 만들어졌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신교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등금심의가 보류됐다 2002년 1월에야 어렵사리 개봉됐다.
기독교계가 거센 반감을 보인 것은 죽어가는 예수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보게 되는 환상을 묘사한 마지막 30분. 악마의 마지막 유혹에 넘어간 예수가 십자가에서 내려와 구세주로 활동한 자신을 스스로 비판하고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 평범한 삶을 사는 환상에 빠졌다가 깨어나는 것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알렉산드로 달라트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가든 오브 에덴'도 논란의 대상에서 피해갈 수 없었다. 이른바 4복음서에 등장하지 않는 다시 말해 공생애가 아닌 예수의 12~30세 시절을 담아내 개신교인들의 심기를 건드렸다.
올 1월 미국 선댄스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마크 돈포드메이 감독의 '선 오브 맨'(Son of Man)도 흑인 예수를 다뤄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영화는 2000여 년 전 팔레스타인 땅의 예수를 현대 아프리카의 흑인 혁명가로 바꿔 그렸다.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온화한 서구인의 모습으로 각인된 예수 이미지를 부수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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