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친구가 평소와 다르게 확 바뀐 스타일로 나타났다. 요즘 유행하는 샤기 스타일 머리에다 짧은 재킷, 힙합풍 바지. 주변의 사람들은 "와, 열 살은 젊어보여요."라며 감탄사를 날리고, 친구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짓는다.
'얼짱'이니 '몸짱'이니 소위'짱' 바람이 여전한 가운데 이번엔 또 느닷없이 '동안(童顔) 열풍'이다. 연초에 열린 한 동안 대회가 불을 댕겼다. 20대 후반, 많아야 30대 초반 정도로 보이던 대상 수상자가 알고 보니 스무 살짜리 아들을 둔 40대 중반 주부라는 사실이 얼마나 놀랍던가.
그래선지 요즘 중년 여성들 중엔 펑퍼짐한 '엄마표' 패션이나 뽀글뽀글 라면머리와 거리를 두려는 낌새다. 몸매에 자신있는 엄마들은 20대 여성복 매장도 기웃거린다. 갸우뚱거리는 직원에겐 "우리 애 옷 사려고요."한 마디면 된다. 일본 목각인형처럼 앞머리까지 내린다면 한 열 살은 아래로 보임직할 것이다.
우리의 외모지상주의는 유난한 듯하다. 최근 런던대학 보건역학팀이 세계 22개국 1만 8천512명의 대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한국 여대생의 77%가 살빼기를 하고 있어 세계에서 살을 빼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이다. 게다가 요즘 성형외과에는 과거 얼굴 위주 성형을 벗어나 다리 근육 제거 등 전신 성형으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자기 배의 지방을 빼내 얼굴에 주입시키는 미용술도 유행하고 있다 한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자신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눈부신 미모로 요즘 세계 최고 미녀라는 인도 여배우 아쉬와리야 라이도 한창때의 그녀 앞에선 빛을 잃을 듯한 세기의 미녀 테일러가 죽음을 앞두고 있다니 참 세월의 무상함이란….
젊게, 어리게 보이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자연스럽다. 누구라도 그걸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든다. 온갖 비법 다 해봤을 세계적 스타들도 결국에는 우리 이웃 노인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 되더라는.
약간 느리고 빠른 시간차는 있겠지만 인생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법이다. 젊음은 외모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겉모습이 젊어보여도 그 가슴에 저릿한 떨림이나 설렘, 감동의 파도가 사라지고 없다면 그건 진짜 젊음이 아닐 게다. 다만 착시현상일 뿐.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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