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론] 꿈꾸는 행복

강원도를 「동북아시아의 스위스」로 만들어 보자는 것은 환경재단 최열 대표나, '생명의숲'을 맡고 있는 나에게는 아주 오랜 꿈들 중의 하나이다. 아름답고 높은 산들과 계곡과 숲과, 수많은 호수들과 강들이 어우러진 강원도는 우리에게는 생명의 상징이자 생명의 근원이요 마치 어머니의 품과 같은 곳이다.

스위스나 강원도나 산악이 전체 면적의 3/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고산지대면서, 숲의 임목축적량이 세계적 수준에 달하고 있다. 아름드리 침엽수들에서 퍼져 나오는 피톤치드의 살균력과 신령한 기운이 넘치는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스위스나 강원도나 유럽의 지붕이요, 한국의 지붕으로서, 모든 물줄기가 시작하는 곳이다. 스위스에서는 유럽의 3대 하천인 라인강, 론강, 그리고 도나우 강이 발원하고, 강원도에서는 우리나라의 최대 하천인 북한강과 남한강의 물줄기가 발원한다.

그러나, 스위스와 강원도 사이에는 크게 다른 점이 있다. 스위스가 영세중립국으로서 세계의 평화지역으로 자리잡고, 제네바, 취리히, 바젤, 다보스 등과 같은 작지만 세계적인 도시와 각종 국제기구의 본부를 가지고 있는데 비해, 강원도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노력 외에는 이렇다 할 국제적 기구나 활동이 거의 없는 것이다. 인구가 만 여명밖에 되지 않는 고산 스키도시 다보스에서는 올해도 2천명 이상의 세계적 경제o사회o환경o정치 지도자들이 모였었다. 6박7일의 강행군 속에서, 200여 개의 토론회를 소화해내고, 세계의 주목을 이끄는 5개의 주제를 선정, 발표하였다. 「세계경제포럼」이 그 작은 도시에서 36년째 열린 것이었다. 특별히 반듯한 대규모 국제회의시설이 있는 것도 아닌데, 수십 개의 크고 작은 호텔들과 중간규모의 콩그레스 센터 하나만 가지고, 이처럼 세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인들의 효율성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런 연례 행사와 관련된 연구활동이나 연수지원 활동을 통해, 매년 천억 원 가까운 순 수입까지 창출한다니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이런 연고로 강원도에도 세계적인 포럼과 국제기구가 들어서기를 꿈꾸었던 것이다. 어언 7년 전일이다. 한강유역 물 관리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개발이 억제될 상류의 강원도민들을 위해 서울, 경기도, 인천 등 하류 유역의 시민들이 「물 이용 부담금」을 무는 새로운 제도의 신설을 함께 추진할 때의 일이다.

그간의 수많은 우여곡절을 지나 드디어 올해에는 유엔환경계획(UNEP) 산하 생태o평화 리더십센터가 강원도 강원대학교 내에 창립될 예정이다. 전국의 관심 있는 교수o전문가들이 소속을 초월하여 참가하고, 생명의숲, 환경재단, 동북아산림포럼, 평화의숲, CEO 환경경영포럼, 유한킴벌리 등이 적극 후원할 예정이다. 환경부와 산림청, 강원도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이 새로운 시도의 성공을 축원하고 있다.

이 유엔 환경계획(UNEP) 생태o평화 리더십 센터는 주로 아시아의 시민사회 지도자들과 우리나라 시민사회가 함께 만나고, 꿈꾸고, 연구하고, 활동하는 만남과 소통과 협력의 장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25개 안팎의 주요현안 과제를, 현지의 민간지도자들과 생태o평화 리더십 센터에 소속해 있는 100여명의 자원봉사 교수, 전문가들이 현장을 오가며 공동연구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강의o지도한 후, 연 1회 강원도에서 「세계 생태o환경 포럼」을 개최하여 그 연구 및 활동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보람 있는 것은, 유엔환경계획(UNEP)은 물론이고, 유엔사막화방지기구 (UNCCD), 그리고 유엔산림포럼(UNFF) 등 직간접 관련기구들이 이 새로운 꿈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원해주고 있는 점이다. 7년 만에 이룬 작은 성취인 것이다. 흥미롭게도 유엔환경계획의 아시아 소장을 맡고 있는 슈레스터 소장은 유엔 생태o평화 리더십 센터의 추진 배경을 알고 나서, 동남아시아의 주요 하천 발원지인 히말라야 산맥의 상수원 보호운동에 우리들의 꿈과 노력과 경험을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25개 프로젝트 중에서 최소한 몇 개를 히말라야 상수원 보호 및 유역관리 프로젝트로 하자는 합의가 즉석에서 이루어졌음은 물론이다. 강원도 상수원 지키기에서 시작한 하나의 「작고 오래된 꿈」이, 아시아와 히말라야의 물줄기를 지키자는 아시아의 「새롭고 큰 꿈」 하나를 탄생시킨 것이었다.

10년, 아니 100년이 걸릴지도 모르는 꿈을 키워나가는 시민운동가들은 한편 무모해 보이지만, 다른 한편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머리로 남의 행복을 꿈꿀 줄 알고, 그 꿈을 함께 이루기 위해 자신의 탤런트를 다 바치는 사람들처럼 행복한 사람이 이세상 어디에 있을까?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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