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중선거구제 효과(?)'…앞번호에 표쏠림 현상

민선 지방자치 사상 처음으로 중선거구제로 실시된 기초의원 선거에서는 기존 소선거구에서 볼 수 없었던 기현상(?)이 나타났다. 앞번호를 선호하는 유권자들 때문에 '가번' 후보에 대거 표쏠림 현상이 일었다. 동수·차점 후보자들에게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든 점도 있었다.

◆'앞순위 프리미엄'

정당 의석 수에 따라 1, 2, 3, 4 식으로 번호를 매기고 같은 정당에서 2인 이상이 후보로 나올 경우 1-가, 1-나, 2-가, 2-나 등으로 성명 가나다 순으로 기호를 결정한 방식은 희비를 엇갈리게 했다. 유권자들의 앞순위 선호현상 때문이다.

대구와 경북의 경우 상당수 2번(한나라당) '가'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대구와 경북의 적잖은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1, 2, 3위를 기록한 가운데 가나다 순으로 득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인 선거구인 기초의원에서 가 기호를 받은 후보의 득표는 다 기호를 받은 후보의 득표보다 배 이상 차이난 지역이 적지 않았다.

대구 수성구 나선거구 2-가를 배정 받았던 한나라당 이수산 당선자는 "2위와 상당한 격차로 1위로 당선된 이유 중에는 솔직히 기호 몫도 있었다."며 "후보자들이 몰리는 한나라당 내에선 이미 '가 후보 프리미엄'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고 설명했다.

경북도 선관위 관계자는 "기초의원 중선거구제가 이번 선거부터 도입됐기 때문에, 가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현상은 앞으로 대구·경북뿐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일반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선거구제야. 고맙다!"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도입된 기초의원 중선거구제가 더 없이 고마운 당선자들이 있다. 예전에는 재검표 등이 예상되던 근소표차 후보자들이 그들이다.

기존 소선거구제는 각 선거구마다 한 명의 후보만 선출하지만 중선거구제는 선거구를 크게 묶어 2-4명씩 득표순대로 당선자를 확정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동수 득표자나 근소표차 득표자가 나오면 동반 당선된다.

근소한 표 차이로 2등을 한 후보자들은 중선거구제 덕을 톡톡히 봤다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구·경북 내 100표도 안된 차이로 당선된 2위 당선자들은 14지역이나 된다.

특히 30표 안팎의 차이로 1, 2위가 가려진 곳도 성주 가(37표차), 의성 마(33표차), 영양 가(16표차), 영양 나(34표차) 선거구 등 4곳에 이른다.

근소한 차이로 2등을 차지한 기초의원 후보자들은 같은 2등을 차지해 낙선한 다른 선거 후보자들에 비하면 억세게 운이 좋다. 예를 들어 광역의원 선거구인 울릉군 제1선거구에 출마한 무소속 남진복 후보는 한나라당 이상태 후보와 불과 12표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광역의원은 1명을 뽑는 소선거구제 선거라서 낙선자가 돼 버렸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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