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을 사용해도 영수증을 받아 보관했다가 연말 세금 정산 때 제출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일이 영수증을 받고 보관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이런 불편을 경북 고령 출신인 '카드박사' 이동호(李東昊·45) GB카드 사장이 해소했다. '굿보너스 현금영수증 카드(GB카드)'. 신용카드처럼 현금영수증 카드를 사용해도 국세청에 사용 내역이 자동 통보돼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계명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 사장이 카드박사가 된 사연이 재미있다. 대학 졸업 뒤 구미 금성사에 취직한 그는 1987년 그룹 차원에서 전개된 LG카드 확장 대회에 참여 했다. 가족, 친지, 친구, 동문 등 주변 사람들에게 열심히 권유한 결과 확장 대회에 참가한 15만여 명의 직원들 가운데 1위를 했다. 상을 받은 그에게 그룹에서 제안한 것이 LG카드에서 근무해보라는 것. 이 사장과 카드의 20년 인연은 그것이 시작이었다.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고 진지한 그는 LG카드에서 잘 나갔다. 1995년 12월까지 8년 반 동안 근무하는 동안 지점을 확대하고, 제품 개발에도 참여했다. 그러나 그가 가진 최대의 장점은 창의력. 회사에서 실시하는 업무제안 대회에 응해 5번이나 수상했다. 물론 1등도 했다. 신용카드와 마일리지를 접목한 스카이패스LG카드도 이 사장이 근무한 팀의 작품이었다.
온갖 아이디어가 넘쳤던 이 사장은 창업의 꿈을 주체하지 못했다. 신용카드단말기의 활용도를 높이는 마일리지 사업을 하면 괜찮겠다고 생각하고 GB카드의 전신인 (주)신보람을 대구에서 창업했다. 3년여 간 기술을 개발하고 영업에 나섰지만 남은 것은 빚 5억 원. 결국 회사를 서울로 옮겼다.
"빚만 졌지만 한 우물만 파니 결국 인정해 줍디다. 국내에 있는 마일리지 시스템은 대부분 제가 개발했다고 보면 됩니다." 빠리바게트, LG정유, KTX 마일리지 시스템은 이 사장의 대표작. OK캐쉬백도 이 사장의 아이디어를 가져갔다.
지금까지 그가 출원한 특허는 30가지. 그 가운데 8개를 땃다. 국민건강보험 관리시스템, 헌혈관리시스템이 그의 특허다.
기술력 있고 열심히 일하는 이 사장에게 주목한 것은 기은캐피탈과 산은캐피탈. 두 캐피탈 회사에서 2002년 25억 원을 GB카드에 투자했다. 창업 후 고생고생하며 꾸려 온 회사가 안정됐다. 그 여력으로 2004년 현금영수증 카드를 개발할 수 있었다. 마침 현금영수증을 제출하면 소득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사장은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그는 '쟁이'에 불과했다. 특허를 그렇게 많이 출원하고 땃지만 특허제도에 어두웠다. 신용카드단말기를 이용한 마일리지 시스템에 대한 특허도, 현금영수증 카드 특허도 그에게 없다. 특히 현금영수증 카드 특허는 땃다가 취소되는 곡절을 겪었다. 특허를 출원하기 전에 국세청과 정부에 이를 제안하는 등 일반화시켰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래도 GB카드는 잘 나간다. 최근 1년여 만에 120만 명의 회원과 3천여 개의 가맹점을 모았다. 4만 2천 여 명의 회원모집인들이 활동한 결과다. 덕분에 지난해 흑자를 냈고, 올해는 실적이 지난해의 2배다.
GB카드의 정착은 회사 뿐 아니라 나라에도 도움이 됐다. 2004년 현금 영수증 발급 현황은 4억 5천만 건, 18조 6천억 원인데 이 가운데 GB카드 회원이 16%(2조 9천억 원)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이 사장은 추계하고 있다. 2조 9천억 원 세원 발굴은 신용카드가 10년 걸려 거둔 성과와 맞먹는다. 국세청이 해야 할 세원 발굴을 이 사장이 대신한 셈이다.
GB카드는 회원 모집 방법이 특이하다. 다단계 마케팅 기법을 원용했다. 회원 자신과 회원이 추천한 사람이 가맹점에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면 일정액을 회원에게 되돌려 준다. GB카드 홈페이지(goodbonus.co.kr)에 들어가 배너 광고를 클릭해도 캐쉬를 회원카드에 충전해 준다.
GB카드는 그러나 다단계 업체가 아니다. 회원이 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혜택만 받아가기 때문이다. 회원이 다른 회원을 추천한 결과는 상품판매가 아니라 공평과세의 기반이 된다. 그래서 GB카드가 내거는 슬로건도 '투명한 나라 만들기' 이다. 회원 1천만 명, 가맹점 5만개라는 GB카드의 목표가 달성되면 정말 투명한 나라가 될 듯도 하다.
머지않은 장래에 코스닥등록의 꿈을 갖고 있는 '카드박사'의 내일이 궁금하다.
최재왕 서울정치팀장 jw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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