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월드컵 유탄'이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에게 떨어지고 있다.
회사원 김모(40) 씨는 13일 아들을 위해 어린이날에 버금가는 '거금'을 들였다. 같은 반 친구들과 함께 대구 범어네거리 거리응원을 펼치러 가겠다는 초교3년 아들의 월드컵 응원도구를 사 주기 위해 5만 원이나 내놓아야 했다.
최신 응원용 티셔츠는 3만 5천 원이었고 ▷야광악마뿔 7천 원 ▷나팔 6천원 ▷막대풍선 2천 원 등이었다.
김 씨는 "4년 전 입었던 붉은 '비 더 레즈' 티셔츠가 옷장신세만 진 채 아직 멀쩡한데 아들 녀석은 '부끄러워서 싫다.'며 막무가내였다. 기껏해야 2, 3번 정도면 다시 사용할 일이 없는 일회용 응원도구지만 다른 친구들과 비교되는게 싫어 눈 딱 감고 사 줬다."고 털어놓았다.
월드컵 응원도구는 마구 쏟아지고 있다. ▷레드 데빌 티셔츠를 비롯, ▷어게인 드림 불꽃 티셔츠 ▷월드컵 12전사 티셔츠 ▷태극문양 커플 티셔츠 등 티셔츠 종류만 10여 가지가 넘는다.
대구 북구의 한 초교 교사는 "3만~4만 원 하는 '투혼'이라는 글씨가 적힌 티셔츠가 가장 인기가 많은 것 같다."며 "어린 마음에 친구들보다 더 비싸고 좋은 응원도구를 사고 싶어하는데 대다수 부모들이 그냥 사준다."고 말했다.
유치원에서도 월드컵 붐이 일고 있다.
대구 달서구 대곡 아파트단지내 한 유치원 교사는 "월드컵 티셔츠는 기본이고, 축구공모자, 붉은악마 두건 등 갖가지 소품을 입고 오는 아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인터넷 쇼핑몰이나 주변 상가에서 경쟁적으로 새로운 상품을 출시, 고사리 손들의 소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실제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최근들어 어린이 전용 응원도구를 출시하기 시작했고, 아예 세트 상품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티셔츠에 뿔, 나팔, 풍선 등을 끼워 파는 세트 상품은 대개 1만 원~3만 원 수준이지만 아이들은 경쟁적으로 비싼 제품들을 선호한다. 티셔츠에 대표팀 선수 사인볼, 팔찌, 목걸이, 모자를 끼워 파는 일부 상품은 5만 원~10만 원을 호가하고 있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월드컵 응원도구를 통해 국가적 축제에 동참하는 것은 교육적이라 할 수 있지만 비싼 것만 사려는 태도는 아이들에게 비교육적이므로 고쳐주는 것이 맞다."며 "동심을 이용, 비싸게만 팔려는 악덕 상혼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단독] 김민석 子위해 법 발의한 강득구, 金 청문회 간사하려다 불발
李대통령, 대북전단 살포 예방·사후처벌 대책 지시
李대통령, 취임 후 첫 출국…G7 정상들과 양자회담 주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