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학교장을 인기투표로 뽑을건가

학교 운영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높이고 특성화 교육 등을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학교장 초빙제에 이어 공모제가 또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모제 또한 소수 학교운영위원이나 학부형들의 투표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인 것 같다.

1996년부터 정년 단축에 따른 보완책으로 학교장 초빙제를 운영하고 있다. 4학급의 소규모 학교에 8명의 운영위원들이 3명의 응모자 신청서류를 심사하고 투표를 통해 초빙 교장을 뽑은 사례가 있었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농촌지역 초등학교의 운영위원 대부분이 자의보다는 타의에 의해 위원직을 맡아 학교 교육 방침이나 특성에 대해 알고자 하는 의지도 약하며, 교육 참여도도 낮은 편이다.

선거 또한 그들의 독특한 문화대로 이루어진다. 심의위원회 개최 전날 밤, 서류 심사도 하기 전에 판정패 할 것이라는 옛 학부형의 관심어린 소식을 접하고 나서 이번 선거 역시 그런 맥락이란 생각을 가져본다. 이렇게 해서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의견이 학교운영과 교원인사에 얼마나 반영될지....

교육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선거문화는 특히 조심스럽다. 선거를 통한다고 해서 반드시 가장 적임자가 뽑혔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선거문화가 가져오는 부작용으로 인한 손해는 고스란히 학부형과 어린 교육 수요자의 몫으로 넘어가는 것이다.

왜 자꾸 연공서열이라 몰아 부치는가? 그것이 교육경력 25년을 점수화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근무성적과 각종 연구 및 연수 실적, 농어촌이나 벽지근무 경력 등 여러 종류의 부가점 등을 합해서 소수점 이하 세 자리까지 계산한 것이다.

여기서 선발된 교사는 180시간의 자격 연수를 받아 교감으로 발령을 내고, 교감 3년 경력에 똑같은 방법으로 교장 연수 대상자를 선발해 한국 교원대학에서 180시간의 연수를 받고 교장으로 임용하는 제도가 현재의 교장 승진제도이다.

울릉도나 벽지가 승진을 위한 선호지역이 되고, 연수와 연구 활동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ㅈ학교(22학급)의 경우 여름방학 60시간(10일 정도 연수비 10만원 내외)을 대학에 가서 직무 연수받는 교원 수가 지난해에 연 19명이었으며, 30시간 연수자도 16명이나 되었다. 각종 연구대회에 참가를 희망한 교원 수도 9명이었다. 이는 모두 교감 승진에 관련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러한 자기 발전을 위한 부단한 노력들을 모두 무시하고 개혁이란 이름아래 공모제 교장을 선거로 선출하고 그 교장이 부 교장을 임명하는 것이 과연 능사일까. 먼저 선거를 위한 파벌이 조성될 것이고, 선거에 패한 경우 다른 학교를 찾아다니거나, 4년 뒤를 기약할 것이다.

힘든 연수와 연구보다는 선거를 위한 선심성 인기몰이를 위한 교육 풍토가 조성될 것이다. 울릉도는 물론 농어촌지역 학교 근무 희망자가 사라지고, 타의에 의해 발령이 났더라도 항상 조건이 좋은 학교로 가기 위한 전시적 교육활동으로 교육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교대나 사대를 졸업한 우수한 인재들의 일차 목표는 물론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다. 나아가 경륜과 지식을 쌓아 교육현장의 최고봉에서 자신의 교육관이나 의지를 실천해 보고자 하는 도전의지를 가져보는 것도 당연하다. 젊어서부터 교육 전문가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치화된 교육환경 속에 행운과 인기몰이에 더 전념하는 교육풍토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 볼 때다.

김동극(경북교원단체총연합회장.칠곡 장곡초등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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