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랭킹 8위 프랑스를 상대로 대등한 한판 대결을 벌인 태극전사들에게 전국민은 '밤샘 응원'으로 화답했다.
길거리에서 밤을 꼬박 새며 열광적인 분위기를 이끈 붉은악마, 도심 곳곳의 술집과 음식점에서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본 사람들, 졸린 눈을 비비며 집에서 TV를 시청한 시민들은 대등한 경기를 펼친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끝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온 국민들은 "이제 알프스를 넘어 16강으로 나가자."며 희망의 한 목소리를 냈다.
'레블뢰 군단' 프랑스와의 운명의 결전 날, 12만여 명의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전날 밤부터 거리에 #쏟아져 나와 붉은 대열에 합류했다. 일부 시민들은 밤샘이라도 하듯 모포를 들고 나오는 등 이날 대한민국은 잠을 이루지 않았다.
전반 초반 불의의 골로 실점하고 일방적으로 게임에서 밀리자 시민들의 얼굴은 편치 않았다. 일부는 자리를 뜨고 발길을 집으로 돌리는 사람도 적잖았다. 하지만 후반 들어 만회골을 넣기 위한 우리 선수들의 투혼이 빛을 발하며 경기를 지배하자 곳곳에서 터진 환호성은 도심을 달궜다.
후반 36분, 설기현의 크로스에 이어 박지성의 발에서 골네트가 출렁이자 도심 곳곳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얼싸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뿌렸다.
4년 전 4강 신화를 이룬 우리 대표팀의 마지막 경기가 열렸던 대구월드컵경기장 서편광장에는 경기시작 8시간 전부터 3만 5천여 명의 붉은 행렬이 몰려들어 일찌 감치 붉은 광장으로 변했다. 사상 초유로 빨간 티셔츠 차림으로 새벽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쌀쌀한 날씨에 모포와 두꺼운 외투를 부여잡은 채 함께 밤을 지새우며 벅찬 감동을 나눴다.
대학생 정원형(22·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친구들과 전날 밤 9시 무렵부터 나와 응원하느라 목이 완전히 쉬었다."며 "비록 아쉽게 비겼지만 불같은 투혼으로 세계에 맞선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붉은악마 최현기(24) 씨는 "언제나 어려운 상황에서도 뜻을 굽히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리 선수들이 자랑스럽다."며 "23일 스위전에도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평소대로 최선만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또 각각 6만여 명, 1만 5천여 명이 나와 야외 응원전이 벌어졌던 대구두류공원 야구장과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도 밤새도록 태극기가 춤을 췄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붉은 티를 입고 나온 외국인들도 붉은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만난 미국인 제임스(33) 씨는 "4년 전엔 미국에서 한국팀의 불 같은 모습을 보고 바로 한국팬이 되었다."며 "매 경기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인 승부를 이끌어내는 한국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도심의 열기는 전혀 꺾이지 않았다. 세 곳의 길거리 응원장에는 극적인 무승부를 이룩한 태극전사들의 불굴의 의지에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고 열광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도 응원인파가 쏟아져 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대구백화점 분수대에서는 경기가 끝나고 붉은악마 등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한데 모여 노래와 구호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소리높여 외쳤다.
한편 대구는 물론 서울광장과 광화문 등 전국적으로 모두 50여 만 명이 사상 처음으로 새벽 길거리에 몰려 나와 밤을 하얗게 지새면서 골리앗과의 맞대결을 훌륭하게 펼친 23인의 태극전사들에게 화답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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