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한 공부방] 청소년 자살 '예방이 최선'

대부분의 성인들은 아이들이 자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 자살은 인구 10만 명당 6.2명으로 청소년 사망 원인의 두 번째를 차지하며, 계속 증가하고 있다. 10대들이 스스로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불행하다고 느껴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부모에게도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어느 부모도 그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들어 10대들에게 자살에 의한 사망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살을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나 도구들이 항상 옆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약물이나 독극물, 자신을 파괴할 수 있는 물건들을 너무나 손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자살 시도는 무엇인가에 압도당해 도저히 감당해낼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발생한다. 여자 친구와 헤어지는 것처럼 단 한 번의 파국적인 좌절 이후에 일어날 수도 있지만 어떤 때는 장기간의 좌절과 분노, 수치 등과 동반한 학업 실패의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부모의 이혼과 재혼, 사망 등과 같은 가족 내에서의 큰 변화, 극심한 가정불화, 지나친 부모의 기대 등도 다른 촉발 요인으로 들 수 있다.

청소년들의 경우 종종 우울 증상을 드러내는데 정상적으로 있을 수 있는 기분저하와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우선은 기간 차이가 좋은 구별점이 된다. 기분 저하가 2주 이상 지속되면서 혼자 힘으로 쉽게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관심을 기울여야 할 문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서 부정적인 대답을 한다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식욕과 수면 양상에 변화가 있는가? 현저한 성격의 변화, 화를 내거나 반항적인 행동, 갑자기 심하게 부끄러워하거나 위축되는 것 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가? 친구들과 어울리기 혹은 일상적인 활동을 중단하였는가? 위험한 행동, 술이나 담배와 같은 것이 문제가 되기 시작하였는가? 최근에 수모를 당한 적이 있는가? 갑자기 외모에 무관심해지지 않았는가? 두통, 복통, 피로감과 같은 정서적 고통을 호소하는가? 소중한 물건을 던져버리거나, 자신의 소유물을 내다버리지 않는가? 죽음과 관련된 시나 노래를 글로 쓰기도 하는가?'

이상의 증상들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면 자살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청소년기 자살의 특징은 사전계획이 없이 충동적이고, 자살을 미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친구와 함께 하는 동반자살과 모방자살이 흔하다는 점이다.

한편, 청소년들 중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서 자살을 실행할 위험성이 더 높은 경우가 있다. 이런 고위험군 청소년들은 충동적이거나, 무관심하거나, 공격적이거나, 지나치게 완벽주의적인 경향이 있다.

자살은 사후에는 아무런 조치도 통하지 않는 매우 심각한 문제로서, 미리 예방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상담선생님들은 자살 관념과 행동에 기인하는 문제들을 이해해야 하고,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에 대해 평가하고 개입해야 한다. 자살을 예방하는 위기상담적 개입은 계속 저연령화하고 있는 마약, 알코올 남용, 예술·문화의 고의적 파괴, 가출과 같은 청소년들의 다른 문제들까지도 함께 다룰 수 있어 이러한 전반적인 문제들에 대한 예방과 치료적 개입 경로를 찾을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상담을 통한 변화가 없고 증상이 심각할 경우에는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 및 치료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이종훈(대구가톨릭대학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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