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동인동 동인아파트 건너편의 한 건물 2층에 위치한 파스(PaaS)판화공방.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만 되면 이곳은 아이들로 북적인다. 미술작가 박철호(41) 씨가 운영하는 판화 체험학습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만들어내는 소란이다.
취학전 아동이나 초등학생 20명 안팎으로 진행되는 체험학습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을 마음껏 그려내고 이를 동판화나 실크스크린 기법을 통해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실크스크린 수업이 끝나면 흰 면 T셔츠에 자신의 작품을 직접 찍어 이 세상에 하나뿐인 티셔츠를 갖게 된다. 틈만 나면 떠들고 장난치는 아이들도 작업 시간만은 그 어떤 작가들보다도 진지하다.
'판화 체험학습'은 대구에서 손꼽히는 '판화 전문 미술작가' 박 씨가 지난 3월부터 시작한 수업이다. 미술 수업과 관련, 학생들에게 판화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전해주고 싶어하던 학교 교사들이 찾아와서 부탁하자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작년 미술학원생을 대상으로 한두 차례 임의로 해본 수업이었다. 개인적으로 미술을 배우던 선생들이 물어물어 박 씨의 수업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던 것. "선생님들도 직접 접하지 못한 것이라 설명 만으로는 어려워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이해하기가 쉽다고 하더군요." 박 씨가 전한 처음 수업을 접한 교사들의 반응이다. 학생들도 반가워했다고 한다. "도자기나 염색 체험보다는 결과물이 쉽게 나와서인지 성취감을 금방 느끼더군요. '또 가자.'고 조르는 아이들도 많았지요."
박 씨의 체험학습은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많지는 않지만 4, 5명 정도의 어른들이 매주 두세 차례 수업을 듣고 있다. 취미로 판화를 배우는 이들도 재미있어 하기는 마찬가지다. 화가들도 박 씨의 공방을 찾아 수업을 듣고 있다. 이들은 "방학 때마다 여는 판화 워크숍에 참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박 씨는 설명했다.
동판화나 석판화 등 한 가지를 주제로 삼아 1주일에 2번씩 한 달간 하는 워크숍이다.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듣는 수업인데 일반 회화를 통해서는 접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기법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박 씨는 "특히 화가들의 경우 표현 기법을 확장하기 위해 워크숍을 듣고 있다."고 했다.
이 점은 박 씨가 판화를 전문으로 하게한 계기이기도 하다. 박 씨가 판화와 인연을 맺은 계기는 대학 2년 때인 1984년 계명대학 판화반(1983년 전국 최초로 창립)에 들면서부터다. 판을 깎거나 부식시켜 판을 만드는 과정, 이를 '판 위에 감정을 싣기 위한 액션'이라고 하는 박 씨에게 판화는 '노동의 결과물'로 감흥을 주었다.
이렇게 시작하게 된 판화의 매력에 박 씨는 1996년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원에까지 가서 공부를 했고, 1999년 지역에서 유일한 판화공방을 열었다. 그러나 아직도 판화에 대해 인식이 낮은 것은 영 안타깝다.
"피카소나 샤갈, 미로,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거장들도 판화 작업을 많이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에서 전 직원에게 판화 작품을 선물한 사례도 있는데 아직 일반적인 시각은 그를 못 따르는 것 같다는 것이 박 씨의 얘기다.
그래서 박 씨는 "판화 대중화는 미술 대중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작은 꿈을 털어놨다.
작업 공간을 넓혀 각 방마다 테마별로 체험학습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리고 첨단 작업이 가능한 기기로 다양한 재료를 이용, 여러 가지 생각을 담아내고자 한다.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나 팔만대장경에서 볼 수 있듯 전통적 판각술(고판화) 실력은 뛰어났다. 현대적인 판화기법을 응용해 새로운 작품활동을 할 수도 있다." 박 씨의 판화예찬이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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