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천상으로 되돌아갈 우리들

최근 지역의 작가들에 의한 창작품이 자주 공연되고 있다. 그만큼 작가군이 넓어졌다고도 할 수 있겠다. 지역의 연극발전을 위해서는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한 작품의 다양성 속에서 지역극단들의 열띤 창작극 공연이 그 활로를 제대로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작품적 완성도 또한 갖추어지면서 관객들의 호응도도 높아진 듯하다. 그만큼 작가들의 노력과 지역극단의 열성이 합쳐져 이루어낸 성과물이라 할 수 있겠다.

새로운 작품을 기다리는 연출자의 마음은 언제나 설레임이다. 작가에게 대본을 의뢰하고 난 후 그 작품이 연출자의 손에 들어오기까지의 기다림 속에서 수많은 구상들···.

필자와 작업하는 몇몇의 희곡작가들이 있다. 번번이 제대로 된 작품료 한번 지급하지 못하면서 부탁은 참 잘도 한다. 나의 뻔뻔함에 스스로가 부끄러워진다. 그러면서 요구는 또 얼마나 많은지···. 그래도 그들은 수많은 날밤을 보내며 자판과 줄담배로 씨름을 해서 잉태해 낸 작품을 건내고는 필자가 그 작품을 읽을 동안 옆에 앉아 필자의 표정만 살피면서 연신 담배만 피워댄다. 그리고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작품 들어가자'고하면 안도의 모습으로 웃음 짓는걸 보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그렇게 또 다시 배우들의 열정과 수많은 시간, 경제적인 문제까지 각고의 노력으로 첫 공연이 올라갈 때면 작가가 작품에 몰입하기 보다는 오히려 관객의 반응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동지적 연민이 더 없이 느껴진다.

연극이란 작업이 비단 작가뿐이랴, 배우, 연출, 각 예술분야의 뛰어난 예술가들의 혼연일체 된 작업 속에서 이루어지는 종합예술인 것을... 그들에게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만 갖추어진다면 얼마나 좋으랴. 질 좋고 튼튼한 씨앗이 기름진 옥토에 뿌려져 농부들의 땀과 노력으로 좋은 열매를 거둘 수만 있다면 그리고 그 열매가 모든 이에게 골고루 나누어져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돌고 돌아 더 많은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연극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수행을 한다는 것과도 같으리라. 어떠한 외적인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작업을 이루어가는 연극동지들이 안타깝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

필자가 가끔 술자리에서 연극동지들에게 술기운에 힘입어 뇌까리는 연극대사 중의 한대목이 있다.

"하늘의 옥황님께 죄를 입어 하계의 천한 몸으로 태어난 우리들 익힌 재주 제 몸 위해 쓰지 않고 남을 위해 살아야만 죄를 씻어 천상으로 되돌아갈 신세인데 우리가 지금 이렇게 힘든 것은 우리가 하늘에서 얻은 죄가 그만큼 더 큰 탓이니 무엇을 원망하고 무엇을 탓하리까"

극단 처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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