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굶는 어린이들의 역사는 학교 역사와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1950년대에는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가방끈에 양은 컵을 고무줄로 매달고 다니기도 했다. 유엔이 배급하는 탈지분유를 끓인 걸 받아먹기 위해서였다. 당시엔 옥수수 가루로 만든 죽이나 빵과 함께 우유가 주요 학교 급식이었던 셈이다. 1981년에는 학교 급식법이 제정되고, 1990년대 중반부터 확대돼 전국 초'중'고교들이 거의 학교 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학교 급식의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식중독 발생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돼 왔다. 특히 식재료의 안전성과 값싼 수입 농산물 부식재료 사용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우리나라 전체 식중독 환자의 60% 이상이 학교 급식에서 발생한다는 한 조사 결과가 그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말해준다. 하지만 1996년 학교 급식 위탁 운영 허용 이후 썩은 냄새를 풍기며 끊임없이 말썽을 빚어오기도 했다.
○…학교 급식이 또 큰 말썽이다. 이번 급식 사고가 사상 최대 규모란다. 전국 20곳이 넘는 학교에서 식중독으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 70여 개교 7만여 명에 대한 급식이 오늘부터 중단됐다지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더구나 늑장 대응을 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니 급식업체의 도덕적 해이는 말할 것도 없고, 교육 당국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시내의 급식 학교는 400여 곳, 급식업체는 200여 곳이나 된다. 경북 지역에선 무려 990여 개교가 급식을 하고 있다. 이번에 급식 중단 대란을 부른 CJ푸드로부터 식재료를 납품받는 2개 중학교는 납품업체를 바꿀 모양이며, 같은 경우의 안동 모 고교는 급식을 중단했다. 대구시'경북도교육청도 이제야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대구에서만도 올 들어 세 차례나 식중독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던가.
○…학교 급식은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 증진과 자녀들의 올바른 식습관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다. 건강과 생명이 바로 먹을거리에서 출발하므로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은 그 어떤 직업인보다도 크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급식업체와 학교의 유착 관계, 급식업체의 영세성, 과당 경쟁에 따른 손실의 납품업체 전가 등의 비리는 반드시 근절돼야만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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