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중국의 '일부' 당 간부나 고위 공무원들은 좌불안석일 것 같다.
지난 11일 류즈화(劉志華) 베이징시 부시장이 '퇴폐적인 사생활'을 이유로 전격 해임되고 당(黨) 기율검사위원회와 사법부의 조사까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9년 부시장직에 올라 '2008년 올림픽'을 앞둔 베이징시의 건설행정을 책임지고 있던 류 부시장의 낙마는 베이징은 물론 전 중국의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95년 비리혐의를 받고 조사받던 왕바오썬(王寶森) 베이징 부시장이 자살하고 이 사건에 연루된 천시퉁(陳希同) 베이징시 서기가 낙마한 이후 11년 만에 베이징에서 터진 '최고위급 인사의 추문'이다.
베이징시 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는 "당 기율과 공직자 윤리를 위반했을 뿐 아니라 사생활이 문란, 사회풍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으로 해임 이유를 밝혔다. 상무위가 밝힌 '퇴폐적인 생활'은 정부(情婦)를 두거나 축첩(畜妾)행위를 하는 등의 문란한 생활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류 부시장은 정부를 둔 것 외에도 베이징 교외에 호화별장을 소유하고 문란한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베이징시의 부시장같은 고위 공무원이 축첩 등의 사생활 때문에 해임되고 곧바로 언론에 공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중국에서는 당 간부와 고위 공무원들의 축첩행위는 공공연한 비밀로서 별로 비난받지 않았다. 비난은커녕 정부(情婦)를 '디산저'(第三者)'라고 부르면서 객관화하고 심지어 미화하는 드라마까지 버젓이 방송하기도 하는 게 중국이다. 비리혐의로 적발된 고위 공무원의 90% 이상이 정부를 두고 있다는 중국 당국의 조사결과에 중국인들은 놀라지 않는다. 오히려 "능력있는 사람"이라며 부러워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런데 류 부시장의 해임을 후진타오(胡錦濤)주석이 직접 지시하고 누구도 그를 비호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당 간부와 고위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고위 인사들의 축첩행위에 대한 사정(司正) 신호탄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시의 류치(劉淇) 당서기도 시 전체 간부회의를 소집, "우리도 마음이 아프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한 교훈도 깊이 각인될 것"이라면서 "더욱 철저하게 부패행위에 대한 투쟁의 기치를 높이고 수도 베이징의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급증하고 있는 당 간부와 고위 공무원들의 부패행위에 대한 후 주석의 '반(反)부패) 드라이브'가 시작된 것 같다.
사실 '디산저현상'에 대해 중국의 법률에서는 별다른 처벌조항이 없다. 다만 중국 공산당은 제150조와 151조, 155조 등에 간통이나 정부를 두는 행위, 직위를 이용한 성희롱행위 등에 대해 처벌조항을 두고 기율위원회를 열어 처벌수위를 결정하고 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점점 일반화한 중국 고위층들의 '바람기'가 류 부시장 처벌로 수그러들거나 잡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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