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사학법 재개정 없이는 어떤 법안도 통과시킬 수 없다던 입장을 바꾸어 어제 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에 전격 응했다. 잘한 일이다. 사상 초유의 초대형 집단식중독 사고가 발생해 온 나라가 뒤숭숭한 판에 마냥 사학법만 고집하는 것은 국민적 설득력이 없다. 사실 엊그제 이재오 원내대표가 '7, 8월은 방학이고'하면서 학교급식법 처리가 급할 것도 없다는 투로 말했을 때는 제정신인가 싶었다. 전국 학부모들 속을 또 한 번 뒤집는 소리였다.
물론 한나라당 입장에서 사학법 재개정은 물러설 수 없는 전선일 것이다. 하지만 전투에 전략적 후퇴도 필요할 때가 있듯이 국민들의 요구가 엄중한 사정이 생겼다면 한발 물러설 줄도 알아야 한다. 유연한 정국 대처는 사학법 재개정의 명분을 쌓는 데 오히려 힘을 보태면 보태지 무조건 손해는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학법 연계 법안을 '민생'과 '개혁'으로 분리해 민생 법안 6개를 우선 처리키로 한 것은 평가할 일이다.
그렇다고 열린우리당이 희희낙락하는 것은 보기 언짢다. 수천 명의 학생이 드러눕고 가정마다 도시락 싸는 소동이 벌어지는 유례없는 급식 대란의 책임은 정부'여당에 있다. 집권당으로서 야당 탓할 게 아무 것도 없다. 2년 전 교육부가 학교급식법 재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을 때 주도적으로 챙겼더라면 지금의 불상사는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당으로서 계류 중인 관련법들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이제 와서 야당이 발목을 잡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2년 전에도 사학법 문제로 국회가 공전했었는가.
어쨌든 여야는 새 학교급식법이 예산 뒷받침이나 실효성에서 문제가 없도록 마지막까지 꼼꼼하게 손보길 바란다. 잘못된 정치 때문에 어린 학생들이 고통을 겪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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