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중심가에서 지하철로 20여 분 거리에 위치한 세다가야구(世田谷區) 주택가에 위치한 후카자와 단지. 2차 대전 직후 임대아파트로 지어진 이곳은 80년대 이후 자치구와 도쿄도의 '악성 민원' 거주지였다.
낙후된 주택 개선을 위해 도쿄도에서 재개발을 추진했지만 부지 소유권 문제가 얽혀 주민과 지방정부가 오랜 분쟁을 겪은 탓이다.
하지만 후카자와 단지는 지금 일본의 대표적 '친환경 주거단지'와 '이웃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감이 강해 우선 주민들을 설득한 뒤 설계 과정에서부터 주민들과 함께 했습니다. 친환경 단지는 주민들이 후원자가 되지않으면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후카자와 단지 설계 및 시공 책임자였던 무사시(武藏)공업대학 건축학과 이와무라 가즈오 교수는 "1992년 리우 환경협약 이전에 친환경 시범 단지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지난 90년 후카자와 단지 조성을 계획했다."며 "현재 시점에선 부족한 면도 있지만 친환경 단지의 기본 요소를 갖추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의 기본은 환기와 채광
3층에서 5층짜리 아파트에 70가구가 입주해 있는 후카자와 단지가 초기 계획 이후 완공까지 걸린 기간은 무려 6년. 시공 기간은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재개발을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고 정부와 대학, 시민단체들의 의견을 모으는 등 설계 과정에서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내는 철저하게 환기와 채광을 우선시 해 설계가 돼 있다. 외부 공기순환을 위해 실내 곳곳에 급·배기구가 만들어져 있으며 건물 복도와 입구 등도 바람이 자연스럽게 순환할 수 있도록 시공이 되어있는 것.
"모든 주택의 기본은 깨끗한 공기와 빛의 순환"이라며 "아무리 좋은 친환경 자재를 마감재로 사용하더라도 창을 열기 어려운 겨울철이나 도로변 주택은 강제 환기시스템이 없으면 실내 공기가 오염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와무라 교수의 설명이다.
마감재도 화학 성분의 코팅 제품이 아니라 천연 종이와 목재를 사용해 자연스럽게 내부 습도를 조절하고 있으며 태양열과 풍력 등 자연에너지로 만든 전기로 단지내 가로등을 밝히고 온수를 공급하고 있다.
◆폐건축자재 재활용
후카자와 단지는 재개발 과정에서 발생한 폐건축 자재 일부를 단지 조성에 재사용했다. 전세계 에너지 소비 중 30~40%가 건축물 시공과 유지, 철거 과정에서 소비되는 만큼 지구 환경 보전 차원에서 철거 과정에서 나온 기와와 목재, 콘크리트 등을 재활용했다.
이와무라 교수는 "자원 재활용 측면뿐 아니라 70가구 중 기존에 살던 거주민이 20가구가 있어 이들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예전의 살던 집의 일부를 재사용했다."며 "화단 경계석 등에 사용된 것들이 폐건축 자재들"이라고 말했다.
또 기존에 사용하던 우물 10여개 중 4개를 원형 그대로 보존해 우수 저장고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더불어 사는 공간
후카자와 단지의 전체 부지는 2천500여평 정도. 주택가 가운데 위치해 있는 만큼 설계때부터 주변과의 '조화'를 우선시 했다. 주택가 한가운데 우뚝선 '나홀로 아파트'가 아니라 오래된 전통 가옥이 많은 주변 환경을 고려해 지붕을 기와로 올리고 단지 내부의 동선도 이웃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배치한 것.
실제 이곳은 인근 주민들이 즐겨찾는 산책로이며 단지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을 이용하는 지름길이 되고 있다.
단지내 조경도 재개발 이전 기존 수목을 보존하고 옥상과 벽면 녹화를 비롯 생태호수 등을 만들어 도심 생태 공원으로 조성돼 있으며 곳곳에 벤치를 만들어 입주민뿐아니라 외부 방문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임대주택인 단지내 입주민 구성도 독특하다. 독신 노인과 장애인, 젊은 부부, 중산층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각자 생활 환경이 다른 이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다양한 세대가 거주할 수 있도록 단지를 만들었다."는 이와무라 교수는 "처음 몇개월간은 이질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단지내 공원에 나온 노인들이 놀이터에 놀고 있는 아이들의 감시자 역할을 하고 젊은층은 장애인과 노인을 배려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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