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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할수 있어요"…뮤지컬 올리는 시각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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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절망 다룬 '극야에…'

"글씨가 안 보인다는 게 말이 되니? 공부 안 했으면 안 했다고 솔직하게 말해!"

"…."

언제나 첫 학기 첫 선생님에겐 된통 혼이 났다. 교과서가, 칠판이 안 보인다고 하면 공부 안 해놓고 핑계 댄단다. 시각장애인 이상윤(21) 씨는 일반 학교에서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대본으로 옮겨 친구들과 뮤지컬을 만들었다. '극야에 피는 해바라기'.

10일 오후 삼덕교회 유치부실. 10여 명이 모여 뮤지컬 연습에 한창이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도 부르고 오카리나 연주도 곁들인다. 쉬는 시간이면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고받느라 정신없다. 날렵한 몸짓과 능숙한 손놀림 때문에 자칫 잊을 뻔했다. 이들이 시각 장애인들이란 사실을.

"연습할 때 어려움은 없어요. 오히려 애드립을 너무 많이 남발해 웃느라 정신없죠." 이예리(21) 씨는 연방 밝은 모습으로 무대를 오간다. 피아노도 수준급으로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운다. 선천성 약시 서보현(21) 씨 역시 선생님에게 야단맞는 연기를 실감나게 해낸다. 이들은 암기력이 좋아 한두 번 들은 대사와 노래는 금방 외우기 때문에 일반인들보다 오히려 연습 속도가 빠르다고.

사실 이 뮤지컬에 담긴 것은 시각장애인들의 절망이다. 헌법재판소의 안마사 규칙 위헌 판결 이후 가장 먼저 희망이 꺾인 것은 이들 청소년. 학교 정규과목이 주로 안마와 침술 등으로 구성될 만큼 안마사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절박감을 계기로 대구포도나무맹인선교회 청년들은 뮤지컬을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전국의 친구들이 하나둘 모였다. 이렇게 대구, 서울, 대전, 광주 등 4개 도시 청년 20여 명이 모이게 된 것.

더위도 잊은 채 하루 8시간씩 맹연습을 하며 깨달은 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리고 희망을 찾았다.

"능력이 없는 게 아니에요. 기회만 주면 우리도 누구 못지 않게 해낼 수 있습니다. 이번 뮤지컬을 통해 안마사 헌재 판결을 보는 우리들의 시각을 담아낼 거예요." 전국시각장애인청년연합회 부회장 이창훈(22) 씨가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1시간 30분 분량의 뮤지컬 '극야에 피는 해바라기'는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서구문화회관 무대에 올려진다. 창작곡도 포함돼 있으며 지팡이로 난타를 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053)253-6636.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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