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럭 길 카페
커피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던 남자에서 이젠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가 됐다. 김태환(26·대구대 사회복지학과 휴학중)씨. 그는 작은 트럭에다 움직이는 카페를 차리고 오늘도 손님들을 찾아 이곳저곳을 떠돈다.
지난 9일 밤에는 경북대 북문 앞에다 간이 카페를 차렸다. 차를 세우고 막 개시 손님을 맞기 바쁘게 옆에서 장사하던 아저씨가 와 언성을 높인다. "학생 여기서 장사하면 안돼." 자리텃세가 만만치 않다. 늘 자리를 잡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학기중에는 대구대 앞에서 '친구'라는 든든한 응원군을 등에 업고 장사했지만, 방학이 되면서 학교에 나오는 학생수가 줄어들어 어쩔수 없이 이곳저곳을 떠돌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처음으로 커피맛에 빠져든 것은 경북대 북문에 있는 '커피나무'라는 원두커피 전문점에 드나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처음에는 커피를 왜 마시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한번 두번 찾아가면서 커피맛과 향에 빠져들었고, 결국은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해 무려 2년간이나 사장님을 졸라댔습니다."
그래서일까? 김 씨의 가게 이름은 '커피맛을 조금 아는 남자'. 커피의 그 오묘한 세계를 알려면 아직 멀었단 생각에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 그래도 커피 한잔을 만드는데는 모든 정성을 다 기울인다는 자부심만큼은 남다르다. 꼭 '커피가 맛있다.'는 말을 들어야 직성이 풀린단다.
"지난 3월부터 장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맛있다는 말을 듣지 못한적은 없는 것 같네요. 그 말이 저를 가장 힘이나게 만든다니까요." 열대야 속에서 온통 땀에 젖여 연신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씨익 웃는다.
처음에는 커피 장사로 돈을 벌어 어학연수를 떠나는 꿈을 꿨지만 남의 돈 벌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 겨우 차를 꾸미는데 쓴 500만 원의 대출금을 거의 다 갚았고, 앞으론 배낭여행 비용을 모으는 걸로 목표를 바꿨다.
"앞으로 2학기에는 좀 더 부지런히 장사를 해야죠. 좀 더 나은 커피맛을 내기 위해 방학중에는 서울 유명한 카페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커피맛을 공부하기도 했으니까 더 나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한윤조 기자
◇ 약전 길카페
'약전 길 카페'는 대구시 중구 동아쇼핑 뒤 약전 네거리 모퉁이에 있다. 여름엔 냉커피, 겨울엔 따뜻한 커피가 최고 인기품목으로 하루 150잔 정도 판다. 따뜻한 커피, 산수유, 생강, 칡차는 500원, 마차, 꿀삼차, 한차, 냉커피는 1천 원이다.
주인 이모(58)씨가 여기에 '길 카페'를 차린 것은 2년 전. 일요일을 빼고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7시까지 비가 오나, 눈이오나 카페는 열려 있다.
'길 카페'가 번호가 네거리에 자리한 만큼 길을 묻는 사람들도 많다. 하루평균 50여 명이 길을 묻는단다. 버스 타는 곳, 약업사, 식당, 칼국수 집, 한의원 등 묻는 사람도, 찾는 곳도 다양하다. 심지어 '약 잘 짓는 집은 어디냐? 맛있는 식당은 어디냐?'며 난감한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씨는 자전거를 타고 이 일대 가게에 배달을 많이 다녀 지리에 훤하다. 약전골목 일대 상호를 95%는 안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말하는 이정표' 역할을 톡톡히 한다.
월배에서 출퇴근한다는 그는 "영업 끝나면 손수레는 주차장에 맡겨요. 한 달에 7만원. (너무 비싸지 않냐고 했더니) 사람 덩치 작다고 양복 값 깎아 주더냐?"며 웃었다.
조두진기자
◇ 칠성시장 길 다방
대구 칠성시장에는 '길 다방'이 20여 개에 이른다. 새벽에 나오느라 아침은커녕 물 한 모금 못 마신 도매상들과 손님들이 고객이다. 냉커피와 주스, 찬 생강차나 칡차 등 얼음을 넣어 시원한 음료는 700원, 뜨거운 음료는 500원이다.
시간대에 따라 '길 다방 손님'의 부류도 변한다. 밤 10시부터는 생선상인들과 생선을 사려는 손님들, 새벽 3·4시부터는 야채나 과일상인들과 그 손님들, 아침이면 소매상인들과 점포를 가진 낮 상인들이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길 다방'이 20여 개에 달하다 보니 칠성시장엔 '진짜 다방'이 없다고 한다. 배달커피까지 '길 다방' 아줌마들의 몫이다.
박연희(58)씨는 새벽 2시부터 낮 12시까지 '다방영업'을 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장에서 10시간 장사를 해도 50잔 정도 파는 게 고작이다.
"2, 3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70, 80잔은 팔았지요. 요즘은 하루 50잔도 못 파는 것 같습니다. 종일 맞수도 못하는 상인들도 있는데, 커피 마실 돈이 어디있겠능교?" 박씨는 "작년 다르고, 올해 다르다."고 했다. (2006년 8월 17일자 라이프매일)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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