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싱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130여 개. 그러나 섬유기계업체는 물론 무역 에이전트까지 포함하면 실제로는 1천여 개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경방성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인도 상인들과 다투고 있는 셈이다. 한국 에이전트들은 2003년 이후 한국 시장이 어려워지면서 갑자기 몰려왔다.
퀸스국제무역의 김해옥(金海玉) 사장은 그나마 초기에 경방성에 둥지를 튼 한국 에이전트에 속한다. 그녀는 어느 대구 기업에서 일하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남은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차려 서울에서 영업을 맡아서 일했다. 그러다가 중동 시장을 겨냥, 샤오싱으로 왔다.
"섬유는 중개무역하기가 쉽고 특히 저장성은 돈을 벌 기회가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그녀는 "처음에는 중동지역과 멕시코의 오더(주문)를 조금씩 받아 그들의 고객이 되는데만 꼬박 1년이 걸렸다."면서 초기 정착 때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특히 수출입 관행을 모르거나 무시하던 중국 생산업체들이 주문을 받고도 기한을 맞추지 못하거나 클레임이 걸릴 정도의 질 낮은 제품을 내놓을 경우, 손해는 고스란히 에이전트가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야드당 몇센트의 수수료보다 비싼 '에어차지'(항공운송료)를 고스란히 스스로 부담하면서 바이어의 신뢰를 얻게됐다. 바이어들이 한국 에이전트에게 주문을 내는 것은 이 같은 한국 상인들을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 사장은 30대 중반의 미혼 여성이다. 그녀는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유럽 출장갈 때마다 머리색깔을 바꾸는데 이번에는 노란색이었다."면서 "외국인들이 보기에 비슷비슷한 동양인이어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녀는 "중동과 멕시코쪽 무역을 하는 사람은 위기를 느끼겠지만 유럽 등 선진국을 상대하는 업체들은 살아남을 것"이라면서 "중국시장의 우위는 앞으로도 몇십 년은 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한국 무역업체의 강점은 옷이 만들어지고 난 후까지 염두에 두고 원단을 검사, 수출할 정도로 품질을 따지는 것"이라면서 "중국 젊은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 경방성의 한국 무역업체 중 절반 이상은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 시장이 무너지면서 무작정 중국으로 건너왔기 때문일 것이다. 1천여 명의 한국 에이전트라는 숫자는 '허수'(虛數)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한다는 점 때문인지 저장성 다른 지역과 달리 경방성 한국 상인들은 교류를 꺼리고 있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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