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머 하나가 생각난다. 세칭 '밥솥 유머'. '이승만 대통령이 미제 전기 밥솥을 가져왔는데 쌀이 없었다. 박정희 대통령이 쌀'보리로 열심히 밥을 지었지만 너무 오래 짓다 세상을 떴다. 최규하 대통령은 밥이 어떻게 돼가나 보려다 솥뚜껑에 손만 데고 물러났다. 전두환 대통령은 "이리 냇!"하며 다 된 밥을 동생들과 다 먹어 치웠다. 노태우 대통령은 누룽지에 물을 부어 깨끗이 긁어 먹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솥을 고장내 버렸다. 김대중 대통령은 IMF 발행 신용카드로 외제 전기밥솥을 사왔다. 노무현 대통령은 솥의 코드를 잘못 끼워 버렸다'
○…역대 대통령들의 치적을 유머 코드로 드러낸 '밥솥 농담'은 요즘도 좌중을 폭소의 도가니로 만든다. 유머 내용 중엔 현재 진행형도 있다. 현 정부가 코드를 386볼트에 잘못 꽂고도 여전히 "밥이 잘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국민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는데도.
○…정부가 30일 '비전 2030'이라는 야심 찬 보고서를 내놓았다. 2010년대에 선진국 진입, 2020년대 세계 일류 국가 도약, 2030년에는 세계 8위 경제 대국 및 '삶의 질' 세계 10위에 오른다는 내용이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9천 달러에 노인의 3분의 2가 국가 연금을 받고, 과외는 없어지며, 육아 비용의 70%를 국가가 대준다니 꿈 같은 미래다.
○…'빨리빨리'기질 탓에 바로 눈 앞만 보는 것이 우리네의 취약점이다. 25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프로젝트,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줄 비전 등장이 그래서 반갑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장밋빛이 왜 곱게만 보이지는 않는지…. 세계 8위 경제 대국 등 '비전 2030'의 목표가 왠지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작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순위는 브라질에 추월당해 세계 12위로 추락했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4% 중반대로 낮아지는 등 우리 경제 성장세가 떨어지는 것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1천100조 원의 추가 財源(재원)을 무슨 수로 마련하려나. 보고서엔 總論(총론)은 있되 '어떻게는' 빠져 있다. 정부의 요량 중엔 세금 대폭 인상도 포함된 듯하다. 그렇게 되면 25년간 1인당 매년 33만 원씩 떠안아야 한다. 대통령 임기 말의 대형 프로젝트.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가 그러했듯 곧 사라질 청사진이 되지나 않을까 지레 걱정이 앞선다.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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