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오페라하우스에서 오페라를 본 관객이라면 잠시 의아했을 것이다. 공연이 끝나고 내려오는 무대 막에 'TC'이라는 이름과 로고가 새겨져있기 때문.
오페라 하우스 개관 4년만에 비로소 마련된 무대 막은 태창철강 유재성(60)회장이 자사 창업 60주년 기념으로 1억원을 들여 기증한 것이다.
"60주년 잔치를 거창하게 하느니 오페라 축제에 도움이 될 무대막을 기증한 것"이라는 유 회장은 문화계에선 이미 유명한 사람이다. 본인이 수준급의 문화적 식견을 갖췄을 뿐 아니라 문화계에 지원을 아끼지 않기 때문이다. 미술, 음악, 연극 등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분야가 없었을 정도.
그의 예술사랑은 공장 사옥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다. 1996년 세운 사옥은 건축가 박종석씨 작품으로, 해체주의 양식을 띠고 있다. 조명은 파리 에펠탑 조명을 설계한 디자이너 얀 케르살레 작품. 사옥 앞뜰 1천700여평은 노송과 모과나무, 백일홍 등 셀 수 없이 많은 수목을 갖춘 한국식 정원으로, 올해 새로 만든 직원식당 앞은 최고 수준의 일본식 정원으로 꾸몄다. 올해 6월엔 1,2층 360여평의 갤러리 공간을 마련했고 지하에는 300석 규모의 공연장이 있다. 사옥 구석구석에는 강우문, 신석필 등 화가들의 작품이 즐비하다. 이 모든 것은 조경, 미술, 건축, 사진, 음악 등의 분야에 전문가 이상의 지식을 갖춘 그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
"10년전, 허허벌판에 공장 보다 정원을 먼저 꾸몄어요. 사람들이 모두 미쳤다고 하더군요. 공장 기계 하나 더 들여놓지 나무는 왜 심냐고. 하지만 내가 지난 40여년간 배우고 익힌 '문화'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의 회갑연 역시 '예술적'이었다. 대구상고 37기 동기생 160여명을 초청, 사옥 내 강당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연극, 무용, 공연을 함께 관람했다. 예술적 흥취가 없다면 돈만으로는 힘든 일이다.
유 회장은 이번 오페라 하우스 무대막 기증은 물론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등 굵직굵직한 문화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문화계에 조건없는 지원을 한 그지만 상처도, 오해도 많았다.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마음이 통하지 못하는 것, 그게 가장 안타까워요."
거금을 내놓아도 돈만 받고 뒤도 돌아보지 않는가 하면 혹시 다른 의도는 없는지 색안경을 끼고 본다는 것이다. "문화를 우습게 여기는 기업도 문제이지만 기업에 찾아오는 문화인들도 단순히 돈만 보는건 문제예요. 철학과 자부심을 가져야지요. 그리고 지원을 해도 성과가 축적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 역시 문화계의 숙제입니다 "
오해도, 질시도 많았지만 그렇다고 문화적 지원을 그만둘 그가 아니다. "안되는 것을 하는게 이미 아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어요?"라고 반문한다. 그는 앞으로 갤러리는 물론 공연장까지 시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기업 자체가 문화이고, 경영 자체가 예술입니다. 제가 하는 일이 비록 작은 일이지만 10년, 20년 쌓이다 보면 문화적 두께가 두터워지지 않겠습니까. 제대로 된 사람을 찾는 일, 그 일은 계속 해나갈 겁니다. 사람이 곧 희망이니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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