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호득 영남대 교수 초대 설치전…31일까지 분도갤러리

31일까지 분도갤러리(053-426-5615)에서 열리는 '시간과 공간의 탐색'전에서 김호득(56) 영남대 조형대 교수는 '파격과 도전의 화가'라 불리게 한 생명력 넘치는 '폭포' 연작, 우주생멸의 원리를 무수한 점들의 연속체로 환원시킨 '흔들림, 문득-사이' 연작과는 다른 색다른 설치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래서 유난히 눈에 띄는 작품이다.

전시장 천장에서부터 바닥으로 흘러내린 검은색의 한지 모습에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평행으로 혹은 순차적으로,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뜨린 먹물 가득한 한지가, 따로 존재하지만 하나의 설치작으로서 응축된 시각효과를 나타내는 작품들은 철저히 공간적 특성을 고려해 탄생됐다.

십수 차례나 직접 화랑을 찾은 김 교수는 전시공간을 도로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과 하얀 벽, 입구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지는,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포착했다. 그리고 자연광이 비치는 공간에는 50cm의 넓은 공간으로 먹 한지(먹을 가득 먹인 한지)를 늘어뜨렸다. 반대의 공간에는 20cm 간격의 먹 한지를 점강적으로 설치했다. 이 작업은 1cm의 겨우 식별할 수 있는 거리의 설치작으로 이어지게 하였다.

이 설치 작업은 '실내와 실외', '백(白)과 흑(黑)'의 이항대립 구조를 형성해낸다. 오로지 검은 색만 머금었기에 그 본질을 포착하기 힘든 '실체- 곧 먹물이 든 한지'와 조명이 만들어내는 '허상' 또한 이항대립으로 작품에 새 의미를 부여한다. 이는 다시 관람객이 사이 통로를 찾아 이동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무생물'인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기도 한다.

그 이항대립의 '사이'에서 관람객들은 전시공간의 존재를 더욱 확실히 인식하게 한다. "평면작품만 설치하면 작품밖에 눈에 띄질 않기 때문"이다. 새롭게 존재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는 공간들, 김 교수는 자신의 작품으로 인해 "건물선전을 하는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노란색 포장지 위의 '폭포' 연작을 닮은 작품들은 이 '사이'에 있는 공간을 보조하기도 하며, 계단에 설치된 작품은 황토빛 계열의 벽 속으로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숨어들어 갔다. '현장성', '공간성'을 적극적으로 살려낸 작품은 설치작품 전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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