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가을놀이 좋구나, 또 가자 하시더니...

아버님 저 둘째 며느리 나래 엄마입니다.

아버님께서 저희들과 사신 지도 벌써 이십여 년이 다 되어 가는군요. 작년에 아버님과 어머님 우리 식구 이렇게 단풍놀이를 갔었지요. 아버님께서는 늙은 우리랑 가면 재미없다고 한사코 가시지 않으시겠다는 것을 저희들이 우겨서 마지못해 따라나섰지요. 아버님과 멀리 나들이 가는 것이 너무 즐거워 나래 아빠도 콧노래 부르며 갔었던 것 아버님도 아시죠.

봉화 청량산에서 하루 머물며 "밤하늘의 별들이 정말 예쁘다."란 제 말에 아버님은 그냥 웃으셨죠. 다음날 불영계곡을 거쳐 백암온천에서 목욕하면서 정말 즐거워하신 아버님을 보고 저희들도 많이 즐거웠습니다. 동해바다를 따라 내려오면서 잠시 들른 삼사해상공원에서 바다를 보시며 "얘야! 정말 좋구나! 내년에도 또 오고싶구나!"하시며 손자 손녀 재롱 앞에서 웃으시며 사진모델이 되어주셨지요.

그런 아버님 옆에서 어머님은 소리 없이 웃으셨어요. 좋아하시는 아버님을 보면서 내년에 또 와야지 하며 생각했는데, 올해 갑자기 아버님은 뇌출혈로 쓰러지셨고, 삼 개월 만에 돌아가셨지요. 아버님 연세 여든여섯이셨습니다. 남들은 많은 연세라 하셨지만 워낙 건강하신 분이라 우리는 그렇게 쉽게 가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너무나 짜게 드시는 아버님과 너무 싱겁게 먹는 남편 때문에 언제나 저희 식탁에는 된장찌개가 두 개, 반찬도 두 종류였지요. 사실 힘든 것도 있었지만 우리 아이들을 너무 사랑해 주시는 아버님이신지라 힘든 줄 모르고 지낸 나날이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다 지나가려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어머님이랑 단풍놀이 가려고 합니다. 이제 큰집에 가신 어머님이랑 돌아가신 아버님의 빈자리가 더욱 커짐을 날이 갈수록 깨닫고 있습니다. 돌아가신 지 한 달 만에 제 꿈에 아버님은 웃으시며 나타나셨지요. 올해는 쓸쓸한 가을이지만 내색할 수 없는 단풍놀이가 될 것 같습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언제나 저희들을 지켜봐 주세요.

김남희(대구시 동구 신암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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