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시 지역주의 정치로 회귀하는 건가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인 천정배 의원이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모든 세력과 인사를 결집하는 대통합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앞장서 깬 민주당과 다시 합치자는 취지다. 보름 전에는 역시 창당 주역인 정동영 전 의장이 열린우리당의 失敗(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큰소리쳤던 '100년 정당'이 고작 '유통기한 3년짜리'에 그치고 만 셈이다. 최근 들어 김근태 의장 또한 통합 신당을 얘기하고 있다.

일련의 신당 움직임은 "열린우리당의 비극은 민주당과의 분당에서 비롯"이라는 DJ의 언급이 있은 이후 속도를 내고 있다. 마치 DJ가 신당의 신호탄이라도 쏘고 있는 느낌이다. 8년 만에 목포를 찾아가 '無湖南 無國家(무호남 무국가)'라는 글귀를 쓴 것도 예사롭지 않다. 때가 때이니만큼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호남 중심의 정계개편을 與圈(여권)에 '주문'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行步(행보)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은 지역적 분할 구도를 강화하는 쪽으로 가는 정계개편에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도로 민주당'으로 들어서고 있다는 의미로 들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이 갈아입겠다는 옷은 전혀 새롭지 않다. 컬러고 디자인이고 유행 지난 헌옷에 불과할 뿐이다. 침 튀기며 민주당을 지역정당이라 내친 창당 명분은 헛소리였던 셈이다.

겨우 3년 만에 간판을 내리려는 집권당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거창하게 표방한 정치개혁은 실체가 무엇이었나. 허황한 구호로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고 낯부끄러운 10%대 지지율 앞에 무릎을 꿇은 거나 마찬가지다. 집권 기간 중 중도 파산이라면, 끝까지 책임도 못 질 정권을 거머쥐고 설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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