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가 들어선 이래 부동산 가격, 특히 주택 가격은 꾸준히 상승했다. 서울 강남지역을 시발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까지 부동산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이를 막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3년 10·29 대책에 이어 올해 3·30대책까지 강력하게 대응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책은 수요 억제와 공급 위축이라는 반시장적인 대책 일변도였다. 이러한 정책으로는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수 없다는 사실을 정부만 모르고 있었던 것 같다.
그간 정부의 대책이 수포로 돌아간 것이 분명해진 시점에서 정부는 신도시 개발이라는 공급확대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정부가 신도시개발계획지구로 발표한 인천 검단지구는 340만 평 규모로 2009년부터 5만 6천 가구를 분양하고 파주 운정지구는 212만 평, 약 2만 8천 가구를 추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신도시 발표로 집값이 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급등하고 있다. 한 시세 조사업체에 따르면 지난주 수도권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이 4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서울지역도 10·29 대책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번 신도시 개발에 대한 문제점을 보는 시각은 수도권과 지방이 크게 다른 것 같다. 중앙 일간지에 나타난 이번 신도시 개발사업 발표에 따른 문제점은 신도시 개발이 고급 주택지역에 대한 강남권 수요를 충족할 수 없다는 점과 판교신도시에서 보았듯이 보상가격 상승과 임대주택 비율 과다로 인해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하는 고분양가를 인하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지방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신도시 개발정책이 지역균형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가장 크게 대두한다.
이러한 우려는 정부가 하이닉스반도체가 추진하는 13조 5천억 원 규모의 경기도 이천 반도체공장 증설 계획을 허용하기로 결론을 내린 것에서 확인되고 있다. 하이닉스는 오는 2010년까지 3년간 7만 5천평 부지에 반도체 생산공장 3개를 짓고, 이를 통해 6천 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수도권에 투자계획을 추진 중인 팬택·KCC·한미약품·현대제철 등 4개 기업에 대해서도 승인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다.
경제학의 기본은 수요와 공급의 자율적인 상호작용으로 가격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수요를 조절할 수 없다면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수요초과지역은 모두 수도권에 몰려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수도권에 많이 사니 소비도 많아 기업 역시 수도권에 있어야 연구개발이나 생산이 원활하고 판매하기도 쉽다. 이런 순환고리를 끊지 못하면 지방은 더욱 공동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경기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하락, 북핵위기 등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 경기 부양 필요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신도시 개발과 공장 신증설 허용은 수도권 과밀 억제와 공기업 이전 등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그 동안 과도한 수도권 과밀 억제정책과 부동산 규제정책은 기업의 투자 위축과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 가지 방안이 있다면 총량적 매칭펀드(matching fund) 방식과 투자권리(investment right) 제도를 이용한 정책이 있을 수 있다. 즉 지방으로 기업을 이전하거나 신설하면서 토지 외에 투자한 고정자산 규모만큼 수도권에도 동일한 규모 또는 일정 규모를 토지 외 고정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이다. 투자규모에서 토지를 제외하는 것은 수도권과 지방의 토지가격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지방에 투자한 기업이 수도권에 투자할 수 있는 권리를 직접 행사하거나 수도권에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하면 이 판매 수입이 기존의 세제, 금융 등 지원제도 외에 추가적인 지방 투자 인센티브로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이 수도권과 지방에 모두 투자하려 한다면 지방에 먼저 투자함으로써 얻게 되는 수도권 투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며, 수도권에만 투자하려는 기업은 지방에 투자한 기업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그 권리를 사면 된다. 대신 수도권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수도권 과밀 억제를 위한 각종 부담금을 경감 내지 면제해줘 추가 비용을 최소화해주어야 할 것이다.
임재만 대구대 부동산학과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