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한 지인이 "감동먹었다"며 노트북에 담아온 동영상물을 보여주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딕 호이트(65) 씨와 아들 릭 호이트(44) 씨의 이야기다. 릭은 탯줄이 목에 감기는 바람에 산소 결핍으로 뇌가 손상돼 말을 전혀 못하고 손발도 쓸 수가 없어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중증 장애인이다. 특수 컴퓨터로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들은 보스턴 마라톤 대회 25회 완주에 미대륙 횡단, 철인 3종 경기까지 8회나 완주한 기적의 주인공이다.
릭이 15세 때 아버지에게 교통사고로 불구가 된 친구를 위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던 아버지는 연습을 거듭했다. 1979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려 했지만 거절당했고 2년 후에야 비공식적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온갖 억측과 비난 속에서도 부자는 매년 열심히 참가했다. 아버지는 휠체어를 밀고 아들은 온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함께 달렸다.
철인 3종 경기에도 도전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누운 고무보트에 끈을 매달아 자신의 허리에 묶어 헤엄쳤고, 사이클도 아들이 탈 수 있게끔 특별히 만들었다. 그간 참가한 철인 3종 경기만도 200회가 넘는다. 그들을 보며 절망을 이겨내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동영상 화면에 이런 글이 떴다. "둘이 함께하면 힘이 생깁니다."
자식 때문에 심한 열등감을 느끼고, 심지어 삶을 버리기까지 하는 아버지들이 적지않다. 자식에게 장애가 있다고, 지병을 앓는다고, 남들만큼 공부를 잘 못한다고 자책하고 세상을 원망한다. 릭은 심각한 장애를 가졌지만 세상 누구보다 행복한 아들이다. 장애인용 컴퓨터 개발 일을 하는 그의 가장 큰 꿈은 이것이라 한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휠체어에 앉은 (늙은) 아버지를 내가 밀어주는 것입니다."
바닷물고기인 세줄얼게비늘은 암컷이 낳은 알을 수컷이 입안 가득 품어 부화시킨다. 그동안 아비 물고기는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줄도화돔 아비도 입 속에서 알을 부화시키며, 위험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한동안 입 안에 넣어 키운다. 1910년대 중국의 애국청년은 사위어 가는 조국을 일으키기 위해 주먹을 불끈 쥐고 다짐했다. "험산이 있더라도 기어 넘어가리라. 불바다가 있더라도 헤엄쳐 가리라."이 정도 각오라면 안 될게 뭐가 있을까. 딕과 릭 부자를 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야말로 오늘 우리가 뼈에 새겨야 할 미덕이 아닌가 싶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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