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렁이 키우는 주부 김춘희씨

주부 김춘희(62·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 집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먹어치우는 '고마운 동물'이 집안에 함께 살고 있기 때문. 바로 지렁이다. 1년 전 지렁이를 처음 집안으로 들이려 했을 때 '징그럽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얘네들 정말 재밌어"라고 소개할 만큼 친해졌다.

김 씨가 처음 지렁이의 음식물 쓰레기 분해 효과를 알고 실천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아파트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 시골 지렁이 농장으로 보냈더니 쓰레기도 줄고 농가에선 퇴비가 됐다. 지금은 토분에 지렁이를 담아 베란다에 내놓는다. 음식 찌꺼기가 나오면 약간 건조시킨 후 지렁이가 살고 있는 화분에 묻어둔다. 그러면 흙은 건강한 검은 색으로 변하고 음식물 찌꺼기는 사라진다.

"지렁이들이 참 재미있어요. 음식물을 한 곳에 묻어두면 모두들 그쪽에서 오글오글 모여있죠. 가끔 음식물을 넣어주고 촉촉할 정도로 습도만 유지하면 되기 때문에 별로 신경쓸 일도 없어요. 뚜껑을 덮고 적절한 환경만 만들어주면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않아요."

덕분에 손녀 나은(6)이도 지렁이와 친해졌다. 지렁이를 보기만 해도 소스라치던 아이가 이젠 손으로 만져볼 정도가 됐다고. 자연스레 자연공부가 되는 셈이다. 지렁이가 배설하는 분토는 집에서 키우는 화분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거름이 되니, 말 그대로 일석 삼조의 효과를 누리는 것.

"음식쓰레기에서 나오는 침출수의 환경오염이 심한데다 버릴 데가 없어 바다에 버린다고 합니다. 지렁이를 키우면 침출수를 비롯한 음식쓰레기 오염을 확실히 줄일 수 있어요. 주부가 조금만 생각하면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최세정기자 사진·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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